서울지역 중학교 3학년 최모 군은 인터넷 남성의류 쇼핑몰에 접속하는 것이 취미다. 관심사는 ‘옷’보다는 ‘얼짱’ 남자 패션모델. 최 군은 남자가 멋진 옷을 입고 찍은 다양한 사진을 감상하는 것에 큰 흥미를 느낀다. 평소 좋아하는 남자 모델을 직접 만나고 싶었던 최 군은 얼마 전 그 모델을 만날 수 있는 인터넷 쇼핑몰 이벤트에 응모하기도 했다.
최 군을 놀라게 만든 것은 “얼짱 남자모델을 만날 수 있다”는 소식에 같은 반 남학생들이 보인 뜨거운 반응. 그는 “학기 초부터 몇 달 동안 대화 한 번 나눈 적 없던 친구들이 내게 와서 ‘너 원하는 것 말해. 다 들어줄게’라고 말하거나 나를 업어주면서 ‘왕 대접’을 해줄 정도로 기뻐했다”며 “남자 모델과 함께 사진을 찍고 감격하는 모습이 마치 걸그룹을 대하는 것만 같았다”고 교실 분위기를 전했다.
요즘 초중고교 남학생 중에는 멋진 외모를 지닌 남자 모델이나 가수 등에 대한 호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남자 스타들처럼 멋진 외모를 지녀 주변에서 인정받고 싶은 심리가 남학생들 사이에서도 번지면서 닮고 싶은 외모를 지닌 남자 스타를 동경하거나 그들에게 호감을 표하는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것.
남학생 사이에선 스마트폰 메신저 프로필 사진란에 남자 모델이나 스타의 사진을 자신의 사진 대신 올리는 모습은 이미 흔해졌다. 최근에는 특정 남자 모델이나 연예인의 팬임을 주변에 숨기지 않고 온·오프라인에서 적극적으로 팬클럽 활동을 하는 남학생도 쉽게 만날 수 있다.
男스타 화보 수집은 기본, SNS로 직접 소통도
남학생들이 남자 스타에 대해 호감을 지니고 표시하는 일이 익숙한 모습이 되면서 교실에선 남성 아이돌 그룹의 잡지 화보를 놓고 남학생과 여학생이 쟁탈전을 벌이는 일도 벌어진다.
서울지역 중학교 2학년 임모 양은 “같은 반 남학생인 K 군이 자신의 수학 학습자료 파일에 ‘엘 명수 짱! 성열 짱! 시크릿 전효성 짱! 나랑 사귈래?♡’라며 남자 그룹인 ‘인피니트’와 여자 그룹인 ‘시크릿’의 멤버 모두에게 호감을 표하는 낙서를 했다”며 “K 군은 얼마 전 내가 갖고 있던 연예잡지에 실린 인피니트 멤버들의 사진을 주면 무릎이라도 꿇겠다며 심하게 조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남자 아이돌 그룹의 열성 팬이 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직접 소통을 시도하는 남학생도 상당수. 인천지역의 한 고교 1학년 학생은 “지난해 한 TV 드라마에 ‘훈남 의사’로 출연한 한 남성 아이돌 가수와 가까이 지내고 싶어서 그의 SNS에 접속해 게시글을 모두 체크하고 ‘○○형, 뭐해요?’라고 안부를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얼짱 모델과 축구경기? 남자들만의 팬미팅도
남자 아이돌 가수가 출연하는 공개방송 현장이나 콘서트장에선 여학생들 틈에 끼어 응원카드를 들고 있는 남학생을 발견하는 일도 어렵지 않다. 최근에는 남학생과 남자 스타가 모여 운동경기를 하는 ‘신종’ 팬미팅이 열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꽃미남’ 패션모델을 좋아하는 남자 중고교생들과 해당 모델이 함께 만나 축구 경기를 하고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서 친목을 다지는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의 참가신청 경쟁률은 10 대 1에 이르렀다.
외모가 ‘힘’… 남학생의 우상, ‘운동짱’보다 ‘얼짱’?
최근 남학생들이 ‘꽃미남’ 외모와 ‘팔등신’ 신체 비율을 갖춘 남자 스타에게 강한 호감을 드러내는 모습에서는 멋진 외모를 곧 ‘힘’으로 생각하는 신세대의 심리가 발견된다.
과거에는 운동신경이 발달했거나 남자다운 신체조건을 지닌 학생이 또래집단에서 동경의 대상이 됐다면, 최근에는 외모가 멋진 학생이 또래집단에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자연스레 남학생들이 얼짱 남자 스타에게 동경의 마음을 품게 되는 것.
이영선 한국청소년상담개발원 상담교수는 “남학생들이 자신이 속한 그룹 내에서 강한 힘과 존재감, 상징성을 지닌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심리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을 것”이라며 “남학생들이 좋아하는 남자 아이돌 스타의 경우 단순히 외모만 호감형인 것뿐 아니라 대체로 그룹 내에서 가장 부각되거나 강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인 점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지역 초등교사 김모 씨(30)는 “초등 남학생들 집단에서도 귀여운 얼굴에 멋진 옷을 입은 학생이 리더가 되는 모습이 뚜렷하다”며 “학생들이 공부를 잘할 때보다 멋진 외모를 지닐 때 학교생활에서 더 자신감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 남학생들이 얼짱 남자 스타를 동경하는 모습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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