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일하는 도지사, 귀도 크게 열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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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훈 사회부 기자
강정훈 사회부 기자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다변(多辯)에다 바지런한 편이다. 주요 사안은 그냥 넘기는 법이 없다. 매사를 면밀히 관찰하고, 또박또박 지적한다. 법률 지식을 곁들이는 것은 기본이다. 340만 도민의 살림살이를 책임진 이후 진주의료원 폐업 등 부하(負荷)가 컸지만 힘든 내색은 하지 않는다. 규칙적인 주말 운동은 물론이고 방송에도 자주 나간다. 직설적이고 튀는 화법을 선호하는 언론들은 그를 자주 부른다. 얼마 전 한 방송에 출연해 “왜 질문을 고약하게 하느냐. 시청률 올리려고 그러느냐. 괜히 나왔다”며 진행자를 난감하게 만들었다. 시청자 반응은 ‘속 시원하다’는 호평, ‘품격이 떨어진다’는 혹평으로 갈린다.

무엇보다 그는 최근 불거진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시비에 적극 의견을 개진해 주목을 끌었다. 채 총장으로선 사법시험 동기이자 형뻘인 홍 지사의 ‘축첩(蓄妾)’ ‘간통’ ‘범죄’ 같은 표현이 유달리 아팠을 것이다. 실체적 진실이 가려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홍 지사가 자신의 트윗에 “공직자, 특히 검사는 투명한 유리병 속에서 살아야 한다”, “스캔들을 피하기 위해 접대부가 있는 술집을 가지 않는다”고 한 언급은 검사뿐 아니라 공직자들이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장이 사사건건 논쟁에 끼어들어야 하느냐”는 차가운 시선은 존재한다. 너무 정치적이며 도정(道政)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우려도 있다. 다언삭궁(多言數窮·말이 많으면 자주 곤란한 처지에 빠진다)이라고 했다. 중국 순(舜) 임금은 묻기를 좋아하는 호문형(好問形)이었다고 전한다. 특히 주변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가 남달라 지혜로운 지도자로 불린다.

홍 지사는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이달 말부터 공무원, 기업인 등 50명의 대규모 시장개척단을 이끌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장길에 오른다.

국회의원 시절엔 외국 나들이를 자주 했겠지만 이런 사업 출장은 처음일 것이다. 현지에서 우리 농수산물을 판매하고 해외자본을 끌어오는 업무는 녹록지 않다. 26일 오후 ‘대장경세계문화축전’ 개막식에 참석한 뒤 곧바로 출국하는 강행군이다. 이번 방미는 홍 지사가 ‘말의 정치인’이기도 하지만 ‘일하는 단체장’이라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8일간의 출장이 성공을 거두려면 사전 준비는 잘 되었는지, 전체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질 요소는 없는지 꼼꼼하게 챙길 필요가 있다. 당연히 귀를 크게 열어야 가능한 일이다.

강정훈 사회부 기자 manman@donga.com
#홍준표 경남도지사#논쟁#사업 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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