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지금 떠나요]충남 청양 천장리 ‘알프스 마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조롱박 주렁주렁, 추억이 대롱대롱

충남 청양군 정산면 천장리 ‘알프스마을’에 조성된 2.4km의 조롱박터널에 다양한 모양의 조롱박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청양=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충남 청양군 정산면 천장리 ‘알프스마을’에 조성된 2.4km의 조롱박터널에 다양한 모양의 조롱박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청양=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칠갑산의 용호(龍虎) 전설이 서려 있고 까치내 맑은 물이 흐르는 충남 청양군 정산면 천장리는 ‘충남의 알프스’로 불린다. 41가구 103명이 살고 있는 이 마을은 10여 년 전만 해도 이름 없고, 특색 없고, 사람 없는 ‘3무(無) 마을’이었다. 요즘 이곳에 1년에 무려 2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찾고 있다. 아름다운 경관과 맑고 깨끗한 공기와 물, 게다가 여름에는 조롱박축제, 겨울에는 얼음축제가 도시민을 유혹하고 있다.

○ 수십만 개의 조롱박이 주렁주렁


6일 대전∼충남 보령 사이 36번 국도를 따라가다 청양 칠갑산휴게소에 이르자 ‘조롱박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눈에 띈다. 아름다운 천장호를 끼고 알프스마을로 들어섰다. 승용차가 간신히 비켜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시골길. 차창 밖으로는 청양 명물 고추밭이 펼쳐져 있다. 이 작은 산골마을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이름은 거창하다. ‘제3회 청양세계조롱박축제.’ 마을로 접어들자 꽃으로 치장된 마차와 소달구지가 먼저 눈에 띈다. 마을 맞은편 계곡은 조롱박 넝쿨로 온통 덮여 있다. 찌는 듯한 더위지만 계곡물은 시원했다.

여름철 이 마을의 명물은 조롱박 터널. 마을 길 2.4km 양쪽에 50cm 간격으로 조롱박을 심어 터널을 만들었다. 멕시코 중국 등 전 세계에서 가져 온 희귀 박 등 110종의 박이 다양한 모양을 뽐내고 있다.

조롱박 터널이 처음 조성된 것은 2007년. 칠갑산 도농교류센터 황준환 대표(51)와 마을 주민들이 “시골이지만 특이한 명소를 만들어 보자”며 시작했다. 처음에는 700m 길이로 조롱박 터널을 시범 설치한 뒤 길이를 늘려 갔다.

이후 컬러 박과 희귀 박 등을 심어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터널은 소달구지와 꽃마차를 타고 다닐 수도 있다. 하루가 부족하다면 마을에서 운영하는 숙박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박으로 만든 탕수와 박잎전, 박칼국수와 박깍두기 등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밖에 조롱박화장품 만들기, 동물 먹이 주기, 각종 문화행사 등도 즐길 수 있다.

○ 볼거리와 배울 거리가 가득

알프스마을에서는 매년 겨울 얼음축제도 열린다. 2.4km 구간의 조롱박 터널에 계곡물을 끌어 들여 얼린 뒤 썰매장, 마차썰매장, 봅슬레이장으로 변신시킨다. 얼음축제는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 올 1, 2월 축제 기간에는 10만 명이 찾았다. 전국 제일의 마을 축제로 자리를 굳혔다. 시골 마을의 이 같은 변신은 정부로부터도 인정받아 도농교류경진대회(2011년) 대통령상을 비롯해 지난해 대한민국농촌마을 대상(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황 대표는 “알프스마을은 천장처럼 높다는 뜻으로 천장리라 불리고 인근 천장호수가 마을의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알프스마을로 가는 길에 위치한 천장호도 볼 만하다. 깊은 호수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와 호숫가 나무 덱도 마련돼 있다. 1000일 만에 승천하려던 용이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고 승천하지 못한 안타까운 모습을 지켜본 호랑이 전설도 서려 있다. 문의는 마을운영위(041-942-0797)나 홈페이지(alpsvill.com).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