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수영축제’ 유치한 光州市, 공문서 조작 파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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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김황식 총리 서명 위조하고 정부 재정지원 보증서 내용 변조
문체부 “강운태시장 고발… 지원 안해”
광주시 “실무자 실수… 발견 즉시 시정, 왜 개최지 발표직전 문제 삼나” 반발

19일 광주광역시 시민들 사이에서는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유치한 기쁨의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시청 시민광장에 모여 대회 유치를 기원하던 시민 2000여 명은 유치 확정 소식이 전해지자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쳤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염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날 세계수영선수권 유치위원장인 강운태 시장(사진)을 공문서 위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세계수영선수권 유치에 나선 광주시가 지난해 10월 19일 국제수영연맹(FINA)에 유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정부가 승인한 ‘국무총리 정부보증서’ 원안의 일부 내용을 변조하고 국무총리의 사인을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원안에는 광주시가 세계수영선수권을 유치할 경우 ‘정부가 필요한 모든 협력과 지원을 제공하고 안전을 보장한다’는 정도의 관례적인 표현이 들어 있었으나 광주시가 이를 ‘정부가 대구세계육상선수권을 지원한 것처럼 1억 달러(약 112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액수를 넣어 바꿨다. 정부가 대구세계육상선수권에 실제 지원한 액수는 739억 원이었다. 문체부는 당시 유치의향서는 PDF 파일로 제출됐는데 정부가 승인했던 원본에 실린 당시 김황식 국무총리의 사인을 복사한 뒤 옮겨 붙이는 식으로 광주시가 PDF 파일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은 올해 4월 문체부 직원이 관련 서류를 살피다 원본과 다른 점을 보고 적발해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는 명백한 공문서 위조로서 중대한 범법행위이다. 이르면 다음주 초 강 시장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광주시는 “자체 조사를 실시해 실무자의 실수임을 확인하고 담당자를 경고조치한 뒤 정부에 사과했다”고 주장했다. 광주시는 문제의 서류가 변조된 시점은 지난해 유치의향서를 제출할 때가 아니라 올해 4월 초 유치신청서 초안을 제출할 때였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이후 두 차례 더 유치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이때는 원안대로 수정됐다.

광주시는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실무자들의 과욕으로 원본에 일부 문장이 첨가된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나 이를 즉시 시정하고 정부에 알렸다. 특히 정홍원 총리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5월 1일 광주의 유치활동을 실사하기 위해 방문한 FINA 관계자들을 면담하고 정부의 적극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사안이 그러한데도 19일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몇 시간 앞둔 시점에서 마치 최종 제안서에 총리 사인을 위조하거나 공문서를 조작한 것처럼 뒤늦게 문제를 일으키는 행위는 문체부의 책무를 스스로 망각한 처사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광주시는 또 “이미 총리실의 조사를 받은 바 있지만 앞으로 필요할 경우 검찰 조사에도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혔다.

광주 지역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광주시가 잘못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고발 내용이 불거진 시점이 하필 개최지 확정 직전인 점은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민 유방희 씨(65)는 “개최지 확정을 몇 시간 앞두고 정부가 이런 발표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앞으로 정부와 광주시가 잘 화합해 행사를 잘 치르기 바란다”고 말했다. 일부 광주시 관계자는 “대회 유치 과정에서 광주시 공무원들과 문체부 직원들 사이에 정부 지원을 둘러싸고 감정적 대립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는 “유치 프레젠테이션 도중 강 시장 고발 문제에 대해 FINA가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며 “대회 유치 취소 등의 움직임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광주시가 대회를 유치하더라도 재정 지원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광주시는 이 대회에 총 635억 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중앙정부에서 약 55억 원을 지급받을 계획이었다.

이원홍 기자·광주=이형주 기자 bluesky@donga.com
#수영축제#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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