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또 통학차 참변… 인솔자도 안전장치도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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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꺼! 반칙운전]

어린이가 통학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올해 2월 경남 창원시 태권도장 통학차량 사고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인솔교사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잇따른 어린이 통학 사고를 계기로 통학차량 안전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일명 ‘세림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동안 어른들의 안전 불감증이 또다시 꽃다운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18일 오후 3시 15분경 대구 수성구 만촌1동 주택가 골목에서 박모 군(6)이 자신이 다니는 C태권도장의 12인승 스타렉스 승합차에 깔려 숨졌다. 한 주민은 “승합차에서 내린 어린이가 차량 앞으로 지나가다가 승합차가 갑자기 출발하는 바람에 치였다”며 “순식간에 차량 밑으로 몸이 빨려 들어갔다”고 말했다.

박 군은 사고 발생 직후 119구급차에 실려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이 병원 의사는 “머리 손상으로 인한 과다출혈 때문에 손을 쓸 수 없었다”고 말했다.

통학차량 운전자 박모 씨(31)는 태권도장 관장으로 인솔교사를 두지 않고 혼자서 어린이들을 통학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당시 차량에는 박 군 외에 다른 어린이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차량은 지방자치단체에 어린이 보호차량으로 신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보호차량으로 등록하려면 차를 노란색으로 칠하고 주위 차량이나 보행자에게 경고를 주는 경광등, 시야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볼록거울 같은 장비를 갖추도록 돼 있다. 하지만 사고 차량은 일반적인 회색 스타렉스 차량으로 아무런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 다만 차량은 종합보험엔 가입돼 있다.

박 관장은 사고 직후 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인근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박 관장이 충격으로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통학차량 안전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범정부 차원의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강화 종합대책’이 5월 초 발표됐으나 관련 법령 개정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종합대책의 내용이 반영된 도로교통법 등 10여 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을 둘러싼 여야 간의 정쟁 탓에 개정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구#통학차#안전장치#인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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