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공개 회의서 버럭… ‘넉넉 준표’도 보고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강정훈 사회부 기자
강정훈 사회부 기자
“복지국은 잘하고 있으니까 보고할 것 없어요.”

15일 오전 경남도 실국원장 회의. 도지사 공약 및 지시사항 추진실적을 보고받던 홍준표 도지사가 윤성혜 복지보건국장이 “도지사 공약사항은 1건을 마무리했고…”라며 자료를 읽어가자 갑자기 “됐어요”라며 중단시켰다. 윤 국장이 잠시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윤 국장은 2월 이후 최대 쟁점인 진주의료원 폐업 주무 책임자로서 홍 지사의 신임을 얻었다는 평가가 있다.

홍 지사는 특정 실국장의 업무보고를 중간에 끊거나 아예 ‘면제’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강호동 농정국장이 공보관이던 시절에도 그런 적이 있다. 평소 업무 처리가 홍 지사 눈에 들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보고가 미숙하거나 지시사항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판단되는 간부에게는 심하게 면박을 주기도 한다. 이날 K 국장은 호되게 꾸지람을 들었다. 홍 지사가 지시한 창녕지역 도로공사 추진 문제 때문이었다. K 국장이 예산 확보의 어려움과 행정 절차를 나름대로 설명했지만 홍 지사는 “국장이 대답을 그리 하면 안 된다. 환경영향평가 오래 할 것도 없다”며 혀를 끌끌 찼다. 홍 지사는 주제를 선정해 토론 또는 일문일답식으로 진행하는 데다 준비가 소홀하면 호통을 친다.

기관장이 회의를 이끌어가는 스타일은 제3자가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경남도 실국원장 회의는 실시간으로 도청 내 TV와 경남인터넷방송(tv.gsnd.net)에서 중계되는 공개회의다. 경남도 공무원은 회의를 청내 TV로 시청한다. 경남인터넷방송에 접속하는 누리꾼은 월 3만5000여 명에 달한다.

이 회의는 실무 책임자인 실장 국장들이 도정 책임자인 홍 지사에게 보고하는 자리지만 넓게 보면 경남 전체 공무원과 도민에게 도정의 진행 상황을 알리는 소통의 자리다. 그래서 보고를 생략하거나 중간에 그만두도록 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내용이 풍부하고 소상할수록 이해를 돕고 여론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일방통행식 모습이나 상대방을 하대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홍 지사의 이미지에도 마이너스가 되기 십상이다. 공개된 회의에서 도지사의 일거수일투족은 많은 공무원과 도민에게 관심의 대상이다.

강정훈 사회부 기자 manman@donga.com
#홍준표 도지사#진주의료원 폐업#윤성혜 복지보건국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