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조종실 상황 “너무 느리다”→ 조종간 흔들려 →“착륙 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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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기 착륙 사고]사고직전 조종실에서 무슨 일이

“너무 느려.” “속도를 빨리 높여야 돼.”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중간 조사를 통해 밝혀진 아시아나항공 OZ214편의 충돌 직전 조종실 상황은 긴박했다. 조종사들은 여객기가 너무 낮은 고도와 속도로 활주로에 접근하자 급히 착륙을 포기하고 재상승(Go around)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데버러 허스먼 NTSB 위원장은 7일(현지 시간) 샌프란시스코 공항 3층 임시 브리핑실에서 콕핏(조종실)의 음성자료 기록계(Voice Data Recorder)와 운항자료 기록계(Flight Data Recorder)에 녹음된 조종사들의 대화를 바탕으로 충돌 직전 조종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했다.

그는 “하강을 할 때까지만 해도 기장과 부기장의 대화에서는 속도나 활주로 접근 각도 등에서 어떠한 이상 징후도 발견할 수 없었다”며 “엔진과 바퀴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하강을 하기 위해 날개도 30도 아래로 젖혀졌고 바퀴도 정상적으로 나와 있었다고 덧붙였다. 공항 관제탑에서도 사고 여객기로부터 도착을 알리는 교신을 정상적으로 접수했다.

하지만 충돌 7초 전. 항공기가 활주로에 다가가는 동안 조종석은 긴급 상황에 빠졌다. 항공기가 착륙하기 위해서는 최소 시속 137노트(시속 약 253km) 이상의 속도가 필요했다. 그때 계기판의 속도계는 시속 137노트에 미치지 못했다. 착륙속도 미달이었다. “너무 느려.” “속도를 빨리 높여야 돼”라는 조종사들의 고함소리가 오갔다.

충돌 4초 전. 조종석이 흔들리는 소리가 심하게 났다. 기장이 잡은 조종간이 세차게 떨렸다. 일명 ‘조종간 진동(Stick Shake Activate)’이라고 불리는 현상이었다. 좌우 앞뒤로 흔들리는 조종간을 꽉 잡았지만 이미 동체는 제멋대로 흔들렸다.

충돌 1.5초 전. 착륙을 포기하고 다시 상승해 돌아와야 한다는 대화가 급박하게 오갔다. 활주로 착륙을 위해 아래로 향하던 비행기가 자세를 틀었다. 머리 부분이 위로 올라갔고 꼬리 부분이 심하게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허스먼 위원장은 VDR와 FDR 자료를 분석한 결과 충돌 7초 전부터 1.5초 전 사이에 위와 같은 과정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사고가 난 보잉777과 똑같은 기종이 이전에 유사한 사고를 당한 적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허스먼 위원장은 “사고는 났지만 예전 사례와 아시아나항공 사고 사이에서 유사성을 찾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예전 보잉777 사고의 경우 연료가 얼어서 일어났던 사고가 많은데 그때의 보잉기 엔진과 아시아나의 엔진은 종류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조종사의 과실 여부와 관련해서는 “아직 조종사와 승무원을 인터뷰하지 않았다”며 “남은 조사 과정을 다 거친 뒤에야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속도 미달이 사고원인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사고 조사 기간은 예측하기 어렵다. 짧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열두 달까지도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NTSB 측은 비행기가 활주로에 적당한 각도로 착륙하도록 유도하는 장치인 ‘글라이드 슬로프’ 시스템이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작동하지 않은 것이 이번 사고에 영향을 주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NTSB 측은 앞으로 사고조사에 제조사인 보잉사의 전문가와 협조체제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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