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미술대학 작업실에서 무슨 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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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대 학생들은 밤에도 학교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한 미술 분야 명문대에서 성범죄가 두 건이나 발생해 미대 여학생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두 사건은 야간에 개방해 둔 미대 내 작업실과 인근 화장실에서 일어났다. 가해 학생들은 각각 제적, 정학 등 징계를 받았지만 범죄에 취약한 미대 내 작업실에 대한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소재 H대는 4월 중순 징계위원회를 열어 미대 야간 작업실 근처 화장실에서 후배를 성폭행한 임모 씨(19)를 제적 처리했다. 학교 측에 따르면 임 씨는 3월 22일 학과 대면식을 마치고 술에 취한 여자 후배 A 씨를 화장실에서 성폭행했다.

임 씨는 오후 10시 45분경 동기생 2명과 함께 만취한 A 씨를 미대 작업실로 데려왔다. 밤샘 작업이 잦은 미대 작업실은 야간에도 문을 열어놓기 때문에 술 취한 A 씨를 이곳에 옮겨놓은 것이다. 동기 2명이 집에 먼저 간 뒤 그는 A 씨와 단둘이 작업실에 남았다. 임 씨는 “토할 것 같다”는 A 씨를 화장실에 데려간 뒤 성폭행을 저질렀다.

A 씨는 이튿날 배변을 하면서 혈액과 정액을 발견하고 경찰에 임 씨를 준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A 씨는 임 씨와 합의해 고소를 취하시켰지만 학교 측은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해 임 씨를 제적했다.

이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여가 지나 같은 미대 작업실에서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다. 복학생 이모 씨(24)는 5월 초 야간작업을 하다가 잠이 든 여자 후배의 성기를 만지다가 후배가 깨어나는 바람에 발각돼 정학 처분 당했다. 연이은 성범죄 사건이 일어나자 H대는 최근 작업실 야간 출입을 통제하고 순찰을 자주 돌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본보가 19일 서울 소재 유명 미대 6곳을 대상으로 야간 작업실 관리 현황을 조사한 결과 S대의 경우 통제 시스템이 전혀 없었다. 이 대학은 “오후 8∼10시 순찰을 한 번 돈다. (안전을 위해서는) 학생들이 해당 작업실 문을 잠그고 작업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머지 대학들은 △야간작업 사전 신청 △출입구 폐쇄 △야간 순찰 등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학교의 재학생들은 현재 학교 측의 관리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학생들은 야간 순찰은 한두 번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섬유예술을 전공하는 김모 씨(26·여)는 “한 남자가 낮에 건물 안에 숨어 있다가 밤에 작업실에 나타나는 일을 당한 적이 있다”며 “출입을 통제해도 수시로 순찰을 돌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원생 최모 씨(26)는 “출입문에 카드 시스템을 설치했지만 누군가 열어달라고 하면 별다른 신원 확인 없이 열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영상학을 전공하는 김모 씨(24·여)는 “최근 노숙인들이 작업실에 들어오거나 작업실에서 절도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뒤늦게 학교 측에서 야간 작업증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 측은 지나치게 통제할 경우 오히려 학생들이 불편을 호소할 수 있어 관리를 더 강하게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두나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학생들의 학내 안전과 학습권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경비 인력 및 시설 투자를 보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연·김성모·곽도영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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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대학#야간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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