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한티이피 12년간 220건 검증 맡아… 불량부품 사용 원전 추가정지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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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에 수출한 원전 성능검증도… JS전선, 한울 5, 6호기에도 납품
檢, 검증승인 한전기술 압수수색… 여야 의원들 “한수원 해체해야”

불량 케이블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새한티이피가 최근 10여 년간 220여 건의 원전 기기와 부품을 검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불량 케이블을 공급한 JS전선이 현재 가동되고 있는 한울(울진) 5, 6호기에도 케이블을 납품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부품들에서 추가로 성적서 위조 등의 문제가 드러날 경우 원전이 추가로 정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여름철 전력난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대한전기협회에 따르면 새한티이피는 2000년 1월부터 2012년 7월까지 원전 부품 100여 종과 원전 기기 120여 개의 성능 검증을 수행했다. 여기에는 고리 1·2호기, 한빛(영광) 1·2·5·6호기, 신고리 3·4호기, 신울진 1·2호기, 아랍에미리트(UAE) 브라카 원전(BNPP) 1∼4호기 등에 대한 용역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새한티이피가 10여 년 동안 수행한 원전 기기와 부품의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전면 조사하기로 했다.

또 한국수력원자력은 신고리 원전 3, 4호기에 사용된 케이블 중 새한티이피가 검증한 JS전선 외에 우진, 두산중공업이 공급한 제품에 대해 필수 검사인 방사선 실험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은 우진에서 케이블을 공급받아 납품했다.

새한티이피는 해당 케이블 제품을 국책연구원인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의뢰해 방사선 실험에 합격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했다. 우진 측은 “최근 사건이 발생한 후 원자력연구원에 문의한 결과 우리 회사 제품의 실험 의뢰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새한티이피를 검찰에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또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 2호기 등에 불량 케이블을 납품한 JS전선은 한울 5, 6호기 등에도 케이블을 납품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 케이블은 JS전선이 새한티이피를 통하지 않고 해외 검증기관에서 직접 검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울 5, 6호기 외에 어느 원전에 JS전선 제품이 공급됐는지,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며 “업체별로 정확한 납품 및 시험서 위조 여부를 7월까지 조사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원전 관리의 책임을 맡은 한수원이 지난해 11월 영광 5, 6호기 부품 품질검증서 위조사건 직후 이번에 드러난 시험성적서 위조를 확인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허술한 관리로 그냥 넘어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은 “한수원이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호기 부품에 대한 조사를 지난해 11월 벌이면서 JS전선과 새한티이피에 해당 케이블의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서면 문의하고 ‘문제없다’는 답만 듣고 넘어가 사태를 키웠다”고 말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단장 김기동 지청장)은 이날 경기 용인시 기흥구와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한국전력기술(한전기술)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JS전선이 신고리 1, 2호기 등에 납품한 제어케이블의 위조된 시험성적서를 한전기술이 승인한 과정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조 시험성적서가 한전기술의 검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검은 거래’가 있었다는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부품 서류 위조 등이 추가로 드러나 원전 1, 2기라도 더 정지한다면 올여름 전력 비상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형 원전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현안 보고에서 여야 의원들은 “비리로 얼룩진 한수원과 한전기술을 해체하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원전 비리와 관련된 자들을 패가망신시키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원전 마피아와 결탁하면 반드시 손해를 보게 하겠다”고 답했다. 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의원들의 질타에 김균섭 한수원 사장은 “지난주에 이미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부산=조용휘 기자 abc@donga.com
#원전#새한티이피#JS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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