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서 여대생 납치 미수… 경찰 늑장 출동 범인 놓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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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에서 납치당할 뻔하다 도망친 20대 여대생의 112 신고를 경찰이 단순 폭행사건으로 처리해 늑장 대응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5월 24일 오전 0시 30분경 여대생 A 씨(20)가 화성시 봉담읍 동화리에서 버스에서 내린 뒤 집으로 향하는 농로를 걷던 중에 한 괴한이 뒤에서 끌어안고 입을 틀어막으면서 얼굴을 때렸다. A 씨가 넘어지면서 발버둥치는 등 완강히 반항하자 괴한은 도망갔다.

10분 거리의 집에 도착한 A 씨는 오전 1시 12분경 “납치당할 뻔했다”고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5분여에 걸친 A 씨와의 통화 끝에 ‘납치 의심’이 아닌 ‘단순 폭력, 기타 형사범’으로 분류하고는 화성서부경찰서에 비긴급 상황(코드2)으로 지령을 전파했다. 지령은 “젊은 남자가 쫓아와서 입 막고 얼굴 때려 반항을 하니 도망갔다고 한다. 신고자가 불안해하니 빠른 출동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112 신고 때 여성이 성폭행당하거나 현장에서 긴급한 폭행 소리 등이 들리면 코드0, 성폭력 강절도 등 중요 범죄는 코드1을 발령해 경찰이 긴급 출동하고 있다. 그러나 코드2인 비긴급 상황은 다수 경찰관이 출동하지 않는다. 코드2 지령을 받은 화성서부서 봉담파출소 직원 2명이 파출소에서 2km 떨어진 A 씨 집까지 가는 데 16분이 걸렸고 형사들은 24일 오전 8시경 현장에 출동했다. 이 같은 늑장출동으로 경찰은 아무런 단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경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긴급히 움직였다면 검거할 수도 있었다는 지적에 동의한다”며 “성폭행 또는 납치 상황에서 벗어나 집에 있었기 때문에 비긴급 출동을 하게 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지역은 2004년 10월 경기 소재 모 대학 2년 노모 씨(당시 21세·여)가 납치돼 시신으로 발견됐으나 미제로 남았던 사건의 발생 지역에서 2km가량 떨어져 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화성#여대생#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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