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 벌수있다” 속아 90일 관광비자 입국한 태국마사지 여성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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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 유사성행위 강요… 악몽의 85일
손님이 도와 탈출… 태국대사관 신고
경찰 일당 9명 붙잡아… 수사 확대

태국인 A 씨(26·여)는 일자리를 찾다가 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마사지 업소를 운영하는 한국인 이모 씨(45)를 만났다. 이 씨는 “한국에 가서 마사지사로 일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 비행기 삯도 일해서 갚으면 된다”고 꼬드겼다. A 씨는 계약기간 85일 중 하루라도 일하지 않으면 8만5000밧(약 320만 원)을 위약금으로 지불하기로 하고 이 씨와 계약했다. 이 씨는 한국 내 태국마사지 업주 박모 씨(52)에게 250만 원을 받고 A 씨를 넘겼다.

지난달 24일 박 씨는 90일 관광비자로 인천공항에 입국한 A 씨를 자신의 경기 시흥시 마사지 업소로 데려갔다. 도착과 동시에 A 씨의 여권을 빼앗았다. 박 씨는 애초부터 태국 여성을 85일 동안 쉬는 날 없이 부려서 큰돈을 벌 속셈이었다. 85일이 지나면 태국으로 돌려보내고 다른 태국 여성을 부르면 그만이었다. 나머지 5일은 출입국에 필요한 시간이었다.

첫날 박 씨는 “손힘이 얼마나 되는지 보자”며 A 씨를 업소 내 안마방으로 불렀다. 박 씨는 바지를 내리고 유사성행위를 강요했다. 그는 “이렇게 해야 손님이 몰린다”며 구체적인 행위를 가르쳤다. 여권을 빼앗기고 한국어도 서툰 태국 여성은 응할 수밖에 없었다. A 씨는 박 씨가 “손님이 유사성행위를 원하면 다 해줘라. 도망가면 시체만 태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협박했다고 나중에 경찰에서 진술했다.

박 씨 소유의 경기도 일대 태국마사지 업소 5곳은 소셜커머스 업체에 광고를 내고 손님을 모았다. 밤에 업소를 찾은 남성들 사이에선 유사성행위를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났다고 한다. 5곳에 고용된 태국 여성 14명은 허리도 제대로 펼 수 없을 만큼 천장이 낮은 방에서 24시간 대기하면서 차례로 손님을 받았다. 업소마다 주·야간 업소 운영실장이 여성들을 24시간 감시했다. 정해진 휴식시간이나 휴일도 없이 일했다. 손님이 없는 시간 틈틈이 쉬어야 했다. 외출은 일손이 모자라는 다른 업소에 지원 갈 때만 허락됐다.

박 씨는 업소를 이용한 남성들에게서 시간별로 5만∼15만 원, 유사성행위를 할 경우 3만 원을 추가로 받았지만 태국 여성에겐 기본급 130만 원에 마사지 건당 4000∼6000원의 수당만 줬다. 첫 달 월급은 입국비용으로 썼다며 주지도 않았다.

A 씨는 9일 사정을 딱하게 여긴 손님의 도움으로 함께 있던 다른 태국 여성과 함께 업소를 탈출했다. 곧장 주한 태국대사관에 신고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박 씨가 2010년 4월부터 최근까지 태국 여성들을 불법 감금해 수억 원의 이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씨는 경찰에 “한 달에 700만 원만 벌었다. 태국 여성들이 큰돈 벌 욕심에 스스로 성매매를 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박 씨가 태국으로 유학 보낸 딸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아빠 엄마가 한 달에 1억 원은 버니까 돈 걱정 마라. 내년이면 3억 원까지 벌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박 씨를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박 씨를 도운 태국 여성 공급브로커, 업소 실장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씨는 태국 현지 경찰에 체포돼 구속된 상태다. 경찰은 다른 태국마사지 업소를 대상으로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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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마사지#관광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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