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李회장 4000억 차명재산’ 처벌무마 로비의혹 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4일 03시 00분


■ 檢, CJ 3000억대 차명계좌 국세청 자료 확보… 재수사 착수

긴장감 흐르는 李회장 일가 빌라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지 이틀이 지난 23일 서울 중구 장충동 
CJ경영연구소(오른쪽)와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 E&M 총괄부회장이 각각 거주하는 
빌라(왼쪽)에는 온종일 긴장감이 흘렀다. CJ경영연구소는 지상 5층, 지하 6층 규모로 이 회장이 집무실로 사용해 온 곳이다. 이
 회장 남매의 빌라와 이 연구소는 불과 10m 거리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긴장감 흐르는 李회장 일가 빌라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지 이틀이 지난 23일 서울 중구 장충동 CJ경영연구소(오른쪽)와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 E&M 총괄부회장이 각각 거주하는 빌라(왼쪽)에는 온종일 긴장감이 흘렀다. CJ경영연구소는 지상 5층, 지하 6층 규모로 이 회장이 집무실로 사용해 온 곳이다. 이 회장 남매의 빌라와 이 연구소는 불과 10m 거리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CJ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4000억 원대의 차명재산을 관리한 사실이 2008년 밝혀졌는데도 처벌을 받지 않은 과정에서 정치권 실세가 개입된 불법로비가 있었는지를 밝히기 위한 수사도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해외비자금 의혹을 주축으로 전방위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불법로비 의혹이 또 하나의 뇌관으로 등장한 것이다. 앞으로 검찰수사가 진행되면 그 칼날은 천신일 세중나모그룹 회장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CJ그룹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의 핵심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50년 친구였던 천 회장이 고려대 후배인 이재현 회장의 청탁을 받고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에게 CJ그룹과 이 회장에 대한 선처를 부탁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22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이재현 회장이 전현직 임원 명의의 차명계좌 500여 개에 3000억 원대 자금을 예치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23일 “탈세 혐의 등을 입증하기 위해 국세청 세무조사 자료와 CJ그룹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고 관계자 소환 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확보한 이 회장의 차명재산 자료는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밝히기 위한 기초 자료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08년 CJ그룹 재무2팀장 이모 씨가 살인미수교사 혐의로 검경의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4000억 원대로 추정되는 이 회장의 차명재산 규모가 드러나자 세무조사를 벌여 1700억 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 회장이 막대한 차명재산에 대해 세금만 내고 검찰 고발을 피한 것을 두고 ‘로비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은 CJ그룹을 위한 천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대해 2009년 이미 한 차례 수사를 진행하다 중단한 바 있다. 검찰은 당시 천 회장이 박연차 태광그룹 회장에게서 청탁을 받고 국세청에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해줬다는 의혹을 수사하면서 이 회장 관련 의혹도 포착해 수사를 벌였었다. 당시 수사과정에서 로비 의혹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 자료를 상당 부분 확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2009년 5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할 때 이미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이례적으로 주말 조사까지 진행해 가며 이 회장을 3번 불렀지만 이 사실은 한참 뒤에야 언론에 알려질 만큼 조사는 극비로 이뤄졌다. 당시 이 회장 수사를 맡았던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을 단순 참고인으로 불렀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었다.

검찰은 2008년 CJ그룹이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천 회장이 모종의 역할을 해 이 회장의 형사처벌을 막아 준 대가로 CJ그룹이 천 회장 회사의 주식을 비싸게 사들였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실제 2009년 수사 당시 천 회장의 세중나모여행 자회사인 세중DMS 지분 38만여 주를 CJ그룹 계열사인 엠넷미디어가 2008년 4월 인수하는 과정에서 CJ그룹이 천 회장 쪽에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줬다는 단서가 포착됐었다.

업계에선 천 회장과 이 회장의 연루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적지 않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2008년 당시 천 회장은 고대 교우회장이었고 이 회장은 교우회 부회장이었다. 17대 대선을 앞두고 2007년 8월 벌어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화 여론 조사 승리를 토대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신승했을 때 일등공신이 천 회장이었고 “천 회장의 뒤에는 이 회장의 재력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또 “천 회장이 돈을 써야 하는 자리엔 항상 이 회장이 있었다”는 소문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그러나 2009년 5월 23일 박연차 게이트로 수사를 받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중수부의 ‘모든 수사’는 중지됐다. 검찰은 5년 만에 CJ그룹 비자금 수사를 통해 CJ그룹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다시 살펴보는 것이다.

23일 천 회장 측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세중나모여행의 IT 자회사는 증자를 위해 투자자를 찾으러 다녔는데 그게 CJ그룹이었다. 그러나 이 거래는 계약이 (세무조사 전인) 노무현 정부 때(2007년 5월) 이뤄졌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본보는 천 회장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직접 통화가 되지 않았다.

전지성·최예나 기자 verso@donga.com
#CJ#이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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