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이 사람]“어릴적부터 가슴에 품었던… 월출산 담는 일이 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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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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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다섯 번째 사진전… 영암군청 공무원 전판성 씨

“어릴 적 초가집 문을 열면 눈앞에 월출산이 펼쳐졌어요. 그래서 월출산을 가슴에 품고 다녔죠. 월출산을 카메라에 담는 일은 어찌 보면 제 운명인 것 같아요.”

전남 영암군청 6급 공무원인 전판성 씨(55·사진)는 월출산에서 4km 떨어진 서호면에서 태어났다. 그는 산악인과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월출산 최고의 ‘길라잡이’로 꼽힌다. 한 달에 10차례 이상 산에 오르다 보니 월출산의 속살을 누구보다도 훤히 안다. 천황봉 아래 어디쯤에 맑은 물이 나오는 샘이 있고, 어느 곳에서 침낭을 깔고 자야 별밤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지 꿰고 있다. 1977년부터 월출산에 올랐으니 이름 모를 기암괴석과 절벽도 눈을 감고 찾을 정도다. 5년 전 영암에서는 처음으로 산악연맹을 만들어 초대 회장을 맡았고 월출산에서 산악문화축제를 열기도 했다.

영암군 도시경관 담당인 그의 또 다른 직업은 사진작가다. 카메라를 손에 쥔 30여 년 동안 월출산만 찍어 왔다. 태어나고 자라면서 보았던 월출산의 자태가 그 어떤 산보다 친근하고 잔잔한 아름다움을 줬기 때문이다. 월출산 구정봉에서 본 낙조, 멀리 영산강에서 피어나는 아득한 안개, 천황봉에 걸린 만월(滿月) 등 월출산에 올라 바라본 풍경을 담아 네 차례 전시회를 열었다. ‘내공’이 쌓이면 관조하는 습관이 생기는 것일까. 그는 2년 전부터 ‘밖에서 본 월출산’을 찍기 시작했다. 월출산에서 멀찍이 떨어진 덕진면 백룡산에서, 서호면 은적산에서, 무안군 일로읍 영산강변에서, 금정면 활성산에서 일출을 담았다. 전 씨는 “새벽 4시부터 장비를 설치하고 해뜨기 1시간 전부터 촬영하는 고된 작업이었다”며 “밖에서 본 월출산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언제나 그곳에 있는 아버지 같은 산”이라고 말했다. 전 씨는 다음 달 12일부터 18일까지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밖에서 본 월출산’을 주제로 다섯 번째 개인전을 연다. 작품집에 수록된 40여 점 가운데 20점을 골라 선보인다. 그에게 월출산은 항상 미완의 작품이다. 전 씨는 3, 4년 후 갖은 전설과 사연을 간직한 월출산 바위를 소재로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자신의 재능을 살려 지역 노인들의 영정 사진을 무료로 제작해주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전판성#월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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