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교수 “오죽하면 그랬겠나…요즘 학생들에 절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6일 1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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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교양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교재 구입 영수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던 연세대 마광수 교수가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며 "요즘 학생들에게 절망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마 교수는 26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교재 2권 값이 2만원인데, 지난 학기 수강생 600명 중에 50명만 샀다"라며 "학생들이 비싼 스마트 폰을 쓰고 영화비용, 커피 한 잔 값은 안 아까워하면서 교재 사는 건 아까워한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앞서 마 교수는 올 1학기 교양수업 '연극의 이해', '문학과 성' 강의계획서에 자신의 저서인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문학과 성' 등 교재를 구입한 영수증을 붙이지 않으면 리포트를 무효로 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두 과목을 듣는 학생들은 합쳐서 약 650명. 일부 학생은 "교수가 책 장사 한다"며 반발했고, 인터넷 게시판에는 '서점에서 카드로 결제해 영수증을 받고 바로 취소하면 영수증을 얻을 수 있다'라는 꼼수까지 등장했다.

이에 대해 마 교수는 "하버드대학 같은 데에는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을 읽힌다. 교재를 안 산다는 건 전쟁터에 갈 때 총을 안 들고 가겠다는 것과 똑같다"며 "내 심정을 얘기하자면 학생들한테 정말 애정이 안 가고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가난한 학생들이 교재를 빌려 쓰는 것까지 막는다는 비판에 "지난 학기에도 50명밖에 안 샀는데, 빌려 쓸 책이 어디에 있느냐, 도서관도 꽂아둘 데가 없어서 책 3권 밖에 없다. 교재를 복사해서 쓰겠다는데, 복사비가 더 든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한 마디로 우습게 아는 것"이라며 "저는 자유주의자니까 학생에게 자유를 주면 자율이 생길 거라 믿었는데, 요새는 절망하고 있다. 요즘 학생들은 진짜 얌체"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요즘 시험 도중 커닝 페이퍼 적발도 많고, 가짜 출석도 너무 많다"며 "그렇다고 학점에 신경 안 쓰는 것도 아니다. 학점이 안 나오면 '집이 가난하다. 아프다'라고 온갖 거짓말을 다하고 사기극을 한다. 리포트도 인터넷 사이트에서 사서 짜깁기한 것이 수두룩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요새 애들이 많이 변했다. 지독한 이기주의에다가 얌체주의에다가 너 죽고 나 살자 주의"라며 "난 옛날부터 신세대는 달라질 줄 알았고, 사람한테 잡혀갈 때도 '신세대들이 이제 달라질 것이다'라고 20여 년 전에 그런 얘기를 했는데, 요새 아이들은 90년대 학생들이나 또 2000년대 초반까지의 학생들과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는 "소위 명문대학에서 이런다. 그걸 자기네들이 정당하다고 난리 친 걸 보면 이건 선생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저희끼리 가짜 영수증을 만들어 낸다고 하는데, 조교를 동원해 실물 책 검사를 해서 보여주어야만 가지고 온 걸로 인정할 것이다. 이것도 교육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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