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제프리 손, 또 손댔나… 검찰, SAT 문제유출 의혹 수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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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 1년만에… 설립한 강남 어학원 압수수색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 학원 업계의 ‘스타’로 불리며 인기를 끌다 문제 유출 혐의(업무방해)로 불구속 기소된 강사 제프리 손 씨(42)가 기소 1년여 만에 또다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박근범)가 최근 SAT 문제 유출 의혹이 제기돼 압수수색한 강남의 SAT 학원 8곳 중에 손 씨가 설립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I어학원이 포함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이 학원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손 대표의 전력 때문에 압수수색을 받은 것이지 우리 학원은 문제 유출과 관련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과 강남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손 씨는 2007년 1월 SAT 시험 문제의 사전 유출 혐의로 2010년부터 수사를 받던 중 2011년 5월 이 학원을 새로 설립한 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는 지난해 1월 불구속 기소된 이후 이 학원에서 SAT 과목을 계속 가르쳐 왔다고 학원 측은 밝혔다.

검찰은 학원에서 압수수색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강의 자료, 강사 활동 자료 등에 대한 분석을 끝낸 뒤 손 씨 소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손 씨가 시험 문제 유출 사건으로 수사를 받으면서도 버젓이 새 학원을 차려 대대적인 홍보를 하며 SAT 강의를 계속해 온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손 씨는 학원을 차린 2011년 5월에만도 4차례의 설명회를 열었다. 당시 설명회는 예약을 해야 참석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학원은 손 씨가 기소되기 한 달 전에도 설명회를 열어 “올해 10, 11월에 SAT 만점자들을 연속으로 배출한 노하우를 공개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강조했다.

SAT 주관사인 미국교육평가원(ETS)도 이번 수사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ETS는 2007년 1월 시행된 SAT 시험 문제의 사전 유출 사건 뒤 자체 조사를 벌여 해당 시험의 한국 응시생 900여 명 전원의 성적을 무효 처리한 바 있다. ETS는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SAT 시험 결과를 무효 처리할 것이냐”는 취재팀의 질의에 공식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학원 업계에 따르면 손 씨는 2010년 수사를 받으며 오히려 더 유명해졌다. 한 학원 업계 관계자는 “자녀의 미국 명문대 합격을 소망하는 학부모들은 손 씨가 시험 문제를 유출할 정도의 수완이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SAT 점수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한 것 같다”며 “수사를 받던 손 씨를 ‘미다스의 손’으로 여기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검찰에 따르면 손 씨는 2007년 1월 27일 동료 강사 김모 씨에게 태국에서 SAT를 보게 한 뒤 김 씨의 연락을 받고 당시 시험 문제가 2005년 12월 문제와 같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곧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당일 미국 동부 뉴욕에서 치러질 SAT의 문제와 답안을 게시했다. SAT가 같은 날 전 세계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나라별 시차를 이용하면 시험 문제를 미리 알 수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학원가에는 손 씨가 당시 문제 유출 의혹의 ‘몸통’이라는 소문이 퍼졌고, 2010년에 경찰 수사로 파문이 확산됐다. 손 씨는 지난해 1월에 불구속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는 손 씨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학원에 여러 차례 전화했으나 “(손 씨는) 수업이 없어 나오지 않는다”는 답변만 들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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