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 병원장(49)은 2011년 2월 7일 경남 김해시에 A종합병원을 세운 뒤 “수술 잘하고, 진단서 잘 발급해 주는 병원”으로 입소문을 냈다. 환자와 짜고 수술을 한 것처럼 허위로 꾸며 보험금을 받게 해줬다. 허위 진단서를 발급하고 뒷돈을 챙겼다. 허가받은 250병상보다 50∼100병상을 초과해 환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정작 본업에는 무관심했다. 요로결석 환자를 담낭결석으로 오진하거나 왼발을 다친 환자의 오른발을 수술하는 ‘의료 사고’를 냈다.
더 황당한 건 의료 자격이 없는 이에게 수술을 지시한 것. 지난해 1월부터 9개월 동안 간호조무사 허모 씨(48)에게 맹장 절개 수술과 골절된 뼈 접합 수술을 110여 차례나 맡겼다. 허 씨의 공식 직함은 ‘수술실장’. 환자가 마취되면 김 원장은 허 씨가 20여 년간 간호조무사 생활을 해 수술을 많이 지켜본 경험이 있다며 수술을 맡겼다.
의료기 관련 판매업체 대표 황모 씨(44) 역시 의사 역할을 대행하도록 했다. 황 씨는 20년간 의료기기를 판매하면서 관절 내시경을 조작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김 원장은 황 씨에게 십자인대 파열 환자의 무릎을 절개해 인공 십자인대를 삽입하는 수술을 230여 차례나 하도록 했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6일 김 원장을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병원 전직 직원의 제보로 꼬리가 잡힌 것. 또 의사 자격 없이 수술을 한 간호조무사 허 씨와 의료기판매업체 대표 황 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하고 나머지 관련자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 병원은 2011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1100건에 걸쳐 약 12억 원의 보험급여를 부당하게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환자에게 수술로 입원할 때 고액 보험금이 나오는 상품에 가입하도록 유도했다. ‘가벼운 수술만 받아도 거액의 보험금을 탈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충청, 제주 지역에서 원정을 오는 환자도 있었다. 이렇게 온 600여 명의 환자들이 2011년 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각 보험사에서 부당 수령한 보험금은 100억 원에 이른다. 경찰은 허위로 보험금을 받은 이들을 확인한 뒤 모두 보험사기로 입건할 방침이다.
방원범 광역수사대장은 “의료기기 업자들은 수술에 쓰이는 재료를 팔기 위해 김 원장 대신 수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라며 “A병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의심되는 마약 투약과 조폭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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