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의약품 ‘1원 낙찰’의 경제학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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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상, 병원에 싸게 납품하고 원외처방 통해 이윤 남겨
“공급 제약사 제명” 제약협회에 공정위, 과징금 5억-검찰 고발

병원에 의약품을 싼값으로 공급하지 못하게 막은 한국제약협회가 검찰에 고발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의약품 도매상들의 저가 입찰을 방해한 한국제약협회에 과징금 5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한다고 3일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도매상들의 파행적인 이중가격 책정 관행에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국에 5개 보훈병원을 거느린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지난해 6, 7월 의약품 1311종을 입찰했고 입찰에 참여한 35개 도매상은 84개 품목을 1원에 낙찰 받았다. 병원에서 처방하는 원내처방 의약품의 경우 1원으로 낙찰 받더라도 약국 등 원외처방을 통해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게 도매상들의 계산이었다. 병원이 약을 싸게 사는 만큼 약국에서 약을 사는 사람들이 나머지 약값을 고스란히 떠안는 셈이다.

하지만 저가 낙찰로 약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한국제약협회는 곧장 임시운영위원회를 열고 이들 도매상에 의약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어긴 제약사는 협회에서 제명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 결과 ‘1원 낙찰’을 받았던 35개 도매상 중 20곳은 공단과의 계약을 전부 또는 일부 파기해야 했고, 공단 측은 재고 부족으로 일부 환자에게 투약이 늦어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공정위 측은 “제약협회의 행위는 경쟁을 통한 약값 인하를 막아 환자와 건강보험재정에 부담을 줬다”면서 “투약 지연 등 환자 불편까지 초래한 점에 비춰 볼 때 엄중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약협회는 3일 “‘1원 낙찰’ 등 비상식적인 실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공정위 입장을 존중한다면서도 1원 입찰은 분명 문제라며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김철중·이샘물 기자 tnf@donga.com
#병원 의약품#한국제약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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