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컬처 IN 메트로]가난하지만 살가운 서울의 달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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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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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정릉3동 복숭아밭골… 드라마 ‘야왕’ ‘착한남자’ 찍어

서울 성북구 정릉3동 복숭아밭골은 서울에서 얼마 남지 않은 달동네다. SBS ‘야왕’의 남녀 주인공이 살았던 신혼집(위)과 KBS ‘착한 남자’에 등장한 골목길이 이 동네에 있다. TV 화면 캡처
서울 성북구 정릉3동 복숭아밭골은 서울에서 얼마 남지 않은 달동네다. SBS ‘야왕’의 남녀 주인공이 살았던 신혼집(위)과 KBS ‘착한 남자’에 등장한 골목길이 이 동네에 있다. TV 화면 캡처
SBS TV 드라마 ‘야왕’의 여주인공 주다해(수애)는 보육원에서 나온 뒤 친어머니와 달동네의 허름한 집에서 산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는 하류(권상우)와 함께 달동네의 다른 집에서 신혼을 시작한다. 달동네 집이라고 하면 골목 안에 한 치의 여유도 없이 빽빽이 붙은 집들을 떠올리지만 두 집은 사뭇 다르다. 낡긴 했어도 마당과 텃밭까지 갖췄다. 빨랫줄을 길게 내걸 수 있는 정도다. ‘서울에 숨겨둔 그럴듯한 시골집’ 같다. 1970년대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여서 추억도 자극한다.

극 중 재벌집 아들 백도훈(유노윤호)은 사라진 주다해를 찾으려고 ‘강북구 미아동’이라고 적힌 쪽지를 들고 이 달동네를 향해 오른다.

하지만 이 동네는 ‘복숭아밭골’이라 불리는 성북구 정릉3동의 한 달동네다. 이 드라마의 섭외를 담당하는 로얄퀘스트 김은호 팀장은 “서울의 전형적인 달동네는 집들이 빽빽이 붙어 있어 촬영에 제약이 많다”며 “복숭아밭골은 마당, 텃밭이 있는 집이 많아 다양한 장면 연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집마다 특색이 있어 수애의 어머니가 죽을 때는 냉랭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신혼 살림할 때는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다”며 “서울에서 여러 분위기를 보여줄 수 있는 달동네는 이곳이 유일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장점 때문에 복숭아밭골은 최근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SBS TV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 ‘마이더스’에도 등장했다. KBS 2TV에서 최근 방영됐던 ‘착한 남자’에서도 주인공 강마루(송중기)가 사는 동네로 등장한다. 유형우 ‘착한 남자’ 섭외부장은 “‘가난하다’는 느낌만 주는 달동네가 아닌 유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보고 있으면 편안해지는 장소를 원했는데 가장 적합했다”고 했다.

촬영지로 인기 있는 서울의 달동네는 또 있다. 서대문구 홍제3동의 개미마을은 수많은 골목에 기와를 얹은 시멘트집과 판잣집이 촘촘히 밀집한 전형적 달동네. 영화 ‘아홉살 인생’, SBS TV 드라마 ‘쩐의 전쟁’ 등에 등장했다. 독립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서울에 남은 마지막 달동네’라는 별칭이 있는 노원구 중계본동의 백사마을은 2007년 영화 ‘식객’에 등장했다.

그러나 이들 동네 말고는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서울의 달동네는 거의 없다. 장소 섭외 담당자들은 “서울에 남은 달동네가 몇 곳 없어 정릉3동이나 개미마을에 대한 섭외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까지 남아있는 달동네는 위 세 마을을 포함해 성북구 성북동 장수마을, 마포구 창전동 산동네, 강북구 삼양동 산동네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미 130여 달동네는 재개발과 정비사업으로 달동네가 아닌 ‘서울 동네’의 아파트 등으로 다시 태어났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명종 인턴기자 고려대 법학과 4학년
#야왕#성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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