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될 수도…” 화학적 거세 위헌법률 심판받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9일 04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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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법 "위헌 여부 검토 중"…내달 8일 결론날 듯

대전지방법원이 성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 명령의 위헌 소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대전지법에 따르면 제12형사부(안병욱 부장판사)는 13세 미만 미성년자들을 성추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기소된 임모 씨(34)에 대한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임 씨는 2011년 6월경 대덕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여자 초등학생의 옷을 벗기고 몸을 더듬은 데 이어 이듬해 4월경 다른 여학생을 강제 추행하는 등 2009년부터 미성년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이 임 씨에 대해 치료감호와 함께 성충동 약물치료를 청구한 가운데, 지난 25일 열린 속행공판에서 재판부는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에 대해 위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실제 약물 주사를 맞고 치료받은 사례의 근거가 있느냐"고 검찰 측에 물었다.

이어 "치료 효과에 대해 검토된 적이 있는지 확인해야겠다"며 "보충 자료를 이른 시일 안에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지난 16일 공판에서도 똑같이 "위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재판부가 화학적 거세를 둘러싼 논란을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화학적 거세 제도가 본인 동의를 구하지 않고 법원의 명령에 의해 강제적으로 집행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은 치료의 개념으로 추진된 최초 발의 목적에서 조금 벗어나 '조두순 사건' 등의 영향으로 "동의를 구한다"는 부분이 삭제된 채 통과됐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화학적 거세는) 말이 치료지 사실상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며 "치료의 목적으로 해석할 수 없다면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화학적 거세의 실제 집행 여부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측은 "법무부에서 용역 조사를 통해 '부작용이 없다'는 결과를 얻은 바 있다"며 근거 자료를 제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법조계의 다른 관계자는 "재판부가 원론적인 의미로 검찰에 자료 요청을 했을 수도 있다"며 "관련 법률을 인용할지를 자세히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원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하면 이번 사건을 포함해 화학적 거세 명령이 청구된 재판의 심리가 중단된다.

앞서 화학적 거세 명령이 떨어진 사건의 항소심도 영향을 받게 되는 만큼 내달 8일로 예정된 속행공판에서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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