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지 6년 지나서… 50대 고독男 백골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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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다세대주택 보일러실서… 이웃주민들 아무 낌새도 못채

16일 오후 1시 45분경 산동네인 부산 서구 남부민동 4층짜리 다세대주택 2층 보일러실. 집주인 이모 씨(39)는 추위로 파손된 수도관 보수공사를 하기 위해 보일러실을 둘러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백골 상태로 바닥에 있는 시신을 발견한 것. 경찰에서 확인한 시신의 신원은 2층 세입자인 김모 씨(사망 당시 49세)였다.

김 씨의 집 현관 문 앞에는 전기, 건강보험, 전화, 수도료 고지서와 독촉장 70여 장이 2007년 1월분부터 쌓여 있었다. 문을 뜯고 들어가니 안방에는 소주병 10여 개와 약봉지가 놓여 있었다. 달력은 2006년 11월에 머물러 있었다. 집 안 곳곳은 먼지로 가득했다.

보일러실의 천장 철골에 걸려 있던 전깃줄에는 김 씨의 머리카락이 붙어 있었다. 시신에 타살 흔적은 없었다. 유서도 없었다. 검안한 의사는 ‘목을 매 숨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경찰은 김 씨가 2006년 11월경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가족과 이웃들의 무관심 속에 김 씨의 시신은 무려 6년 2개월 만에야 발견된 것.

집주인은 2002년 김 씨와 월세 없이 전세보증금 2500만 원에 계약했다.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집주인은 이미 보증금을 받은 상태였기에 2006년 이후 연락이 없어도 계약을 자동 연장시켰다. 집주인은 “김 씨가 이사를 온 뒤 몇 번밖에 보지 못했다”며 “전기요금이 체납돼 집에 찾아갔지만 문이 잠겨 있어 일하러 나간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 다세대주택에는 김 씨를 비롯해 6가구가 살고 있었지만 서로 왕래는 없었다. 한 세입자는 “김 씨를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김 씨 집이 같은 층에서도 맨 뒤에 있어 지나다가 볼 기회도 없었다.

결혼을 하지 않고 어머니와 함께 살던 김 씨는 2002년 어머니가 사망한 뒤 일용직 노동일을 하며 지냈다. 다른 지역이나 외국에 살고 있는 누나 3명과는 연락을 끊고 지냈다. 2005년 어머니 제사 때 만난 게 마지막이었다. 김 씨의 누나(70)는 경찰에서 “2005년경 ‘생활비가 없으니 돈을 빌려 달라’는 전화를 받은 뒤로는 소식이 끊겼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의 피부조직이 모두 부패했지만 보일러실 통풍구를 통해 환기가 돼 이웃 주민들이 이상한 느낌을 받지 못한 것 같다”며 “주위와 교류가 단절된 요즘 세태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채널A 영상] 6년만에 발견된 백골…쓸쓸한 죽음, 씁쓸한 사회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자살#백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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