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일자리 없어 거리 헤매는 외국인 근로자

  • 동아일보

50, 60대 노숙인 전락… 체류기간 남아 강제퇴거 못해

혹한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근로능력이 떨어진 데다 장기 불황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길거리를 헤매는 외국인 노숙인이 늘고 있다. 광주지역 외국인 인권단체들은 “광주지역 외국인 노숙인은 2011년 5명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20명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6일 밝혔다. 외국인 노숙인은 대부분은 50, 60대 이상 조선족이나 고려인 재외동포로 입국 당시부터 근로능력이 떨어져 일자리를 쉽게 찾지 못하는 처지였다. 이들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게 되자 “차라리 한국에서 폐지를 줍는 것이 낫다”며 거리를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A 인권단체의 한 관계자는 “공장에서도 20, 30대 외국인들이 주로 일하고 있어 50, 60대는 설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숙인들은 한국 국적이 없어 노숙인 쉼터에도 입소하지 못하는 데다 체류기간이 남아 있는 경우 강제퇴거도 할 수 없는 모호한 상황이다.

광주 광산구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는 현재 외국인 노숙인 3명을 보호하고 있다.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는 2011년 한 해 평균 외국인 노숙인 2, 3명을 수용했지만 지난해에는 5, 6명을 수용했다.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가 보호하고 있는 조선족 오모 씨(63)는 지난해 12월 4일 광주 남구 한 야산 다리 밑에서 노숙하다 추위를 견디지 못해 남구청 당직실로 가 도움을 요청했다.

남구청 당직자는 오 씨를 노숙인 쉼터에 보내려 했지만 한국 국적이 아니어서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뒤 광주 광산구의 한 인권단체에 보호를 의뢰했다. 하지만 오 씨는 같은 달 중순경 인권단체의 통제를 거부하고 소란을 피우다 퇴소한 뒤 광산구청을 찾아가 잠자리 제공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오 씨를 강제 퇴거시키려 했지만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는 체류기간이 6개월 정도 남아 있어 강제 퇴거는 어렵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은 강제 퇴거 사유를 금고 이상 형량, 체류조건 위반, 체류기간 만료 등으로 제한하고 있어 노숙을 한다는 이유로 강제 퇴거를 시키면 인권침해 주장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외국인 노숙인#인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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