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참여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지역개발의 틀이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대구 경북이 새로운 지역개발 흐름을 주도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연구했습니다.”
이성근 대구경북연구원장(60·사진)은 11일 지역개발에 관한 새로운 비전을 담은 연구서를 펴낸 배경을 이렇게 말했다. 이 원장은 연구원 100여 명과 함께 1년 동안 지역개발의 새로운 틀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연구원이 1991년 출범 후 지금까지 연구했거나 개발한 정책과제 900여 건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역개발 모형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270쪽 분량으로 출간한 연구서의 이름은 ‘행복·희망·기회 균등한 사회를 위한 H₂O 지역개발론’. 제목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H₂O’다. 행복(Happiness) 희망(Hope) 기회(Opportunity)를 뜻하는 영문 첫 글자이면서 동시에 ‘물’을 뜻하는 기호. 행복과 희망, 기회 균등이라는 지역개발을 실현하기 위해 물의 속성인 소통 순환 생명 평등 투명 융합 등 6가지가 윤활유처럼 결합해야 한다는 뜻을 담았다. 이 원장과 김보영 영남대 교수(지역 및 복지행정학과), 박은희 임성호 안지민 대구경북연구원 팀장 등 5명이 집필을 맡았다.
연구원의 고민은 각종 지역개발 정책이 주민의 일상적 행복에 얼마나 연결되고 있느냐는 것. 그동안 지역개발의 교과서처럼 여겨진 투입과 산출이라는 효율성 중심의 정책으로는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반성이 많았다. 김 교수는 “물질적 성장 위주의 지역개발 대신 주민 참여를 통한 수평적 협력으로 지역을 개발하려는 흐름이 세계적으로 뚜렷하다”며 “지역개발 정책을 세우는 과정에서부터 주민들의 참여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서는 지역 차원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왜 주민의 ‘행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지, 기존의 지역개발 방향이 어떤 점에서 한계가 있는지, 지역개발의 관점과 틀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H₂O 지역개발의 방향과 내용을 상세하게 다뤘다. 특히 소통과 순환, 융합 등 물이 가진 특징을 지역개발 방향에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90개 세부 영역에 200여 가지 지표를 만들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추진하는 각종 지역 정책에 이 지표를 적용하면 정책이 얼마나 주민의 행복과 희망, 기회 균등에 접근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했다. 지역개발 분야의 전문가인 이 원장은 “경제적 조건과 건강, 복지, 안전 등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필수 조건이지만 이런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지자체와 주민이 정책과 생활환경을 행복과 희망, 기회 균등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고 평가하는 논의가 활발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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