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들 수업료 꼼수 인상… 정부 보육료 지원효과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정규반 줄이고 특별반 늘려 영어 등 별도 현금결제 요구
학부모들 “가계부담 그대로”

“정부에서 누리과정 보육료(월 22만 원)를 지원해주면 뭐 하냐.” “정부 지원을 받는다고 원비를 올리려는 거다.”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A 유치원에 모인 학부모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유치원이 내년에 바꿀 프로그램 내용에서 비롯됐다.

유치원은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2시까지 하던 정규수업을 1시까지로 줄이고 △정규시간에 포함됐던 영어를 심화학습반에서 소화하고 △심화학습반은 영어 방송댄스 우쿨렐레 과학 음악줄넘기 등 8개 과목을 묶어 오후 1시∼3시 반까지 하기로 했다.

심화학습반 비용은 월 19만 원이다. 유치원에서는 ‘선택’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필수다. 심화학습반을 하지 않으면 오후 3시 반부터 시작되는 종일반 수업까지 유치원에서 돌봐 주지 않는다. 우쿨렐레를 배우지 않은 아이는 연말 예술제에 참석하지 못한다.

올해는 특별활동 수업을 선택적으로 오후 2∼3시에 했다. 한 과목에 4만∼5만 원, 많이 시켜도 최대 12만 원을 넘지 않았다. 내년부터는 무조건 월 19만 원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

학부모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이 유치원은 심화학습반 비용을 월 15만 원으로 줄이고 과목 수는 5개로 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누리과정 지원대상을 늘리지만 유치원의 ‘꼼수’로 학부모 부담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학부모 B 씨는 “현재 매달 수업료 49만 원에 특별활동비 5만 원까지 총 54만 원을 낸다. 내년에 정부 지원을 받으면 유치원 비용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기대했는데 심화학습비가 추가돼 비용이 올해와 비슷하게 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서울 B 유치원은 음악과 영어 같은 방과후수업을 점심 이후인 오후 1∼2시에 하고, 나머지 정규수업은 방과후수업 뒤에 하기로 했다. 학부모 C 씨는 “방과후수업을 무조건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유치원비 안정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물가 인상률을 넘는 수준으로는 원비를 올리지 못하게 권고할 계획이다. 또 사립유치원 인건비 보조금을 월 5만 원씩 추가하고, 원비를 인상하지 않거나 적게 올린 유치원에는 학급당 25만 원씩을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교과부 관계자는 “지원금을 안 받고 원비를 올리려는 유치원이 대부분”이라며 “원비를 올리지 않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누리과정#보육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