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불꺼진 ‘동북아 금융허브’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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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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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IFC서울’ 입주 외국계금융사 10%도 안돼
‘오피스1’에 30개사 입주… 외국계 금융사는 9곳에 그쳐
‘오피스3’은 전체 임대율 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치명타… 법인세 등 혜택부족 탓도

‘동북아 금융허브’를 표방하고 29일 개장한 서울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서울).

지하에는 바나나리퍼블릭, 홀리스터 등 유명 의류브랜드부터 영화관 대형서점 레스토랑 등이 즐비한 대형쇼핑몰이 화려한 위용을 자랑하지만 실제 지상부 오피스동은 임대가 안돼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초라한 모습이었다. 28일 기자가 찾은 이곳은 건물 3동 중 한 동이 아예 불이 꺼진 채 적막만이 흐르고 있었다. 당초 목표로 했던 대형 외국계 금융사 유치는 고사하고 빈 사무실을 채우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서울을 금융허브로 육성한다는 목표로 추진된 국제금융센터는 2005년 서울시가 AIG그룹과 협약을 체결하면서 가시화됐다. 사업비 1조5140억 원이 투입된 센터는 연면적 50만7273m²에 오피스1(32층) 오피스2(29층) 오피스3(55층) 등 3개 사무동과 쇼핑몰, 콘래드서울호텔 등으로 구성됐다. 오피스1은 지난해 10월, IFC몰은 8월, 콘래드호텔은 12일 각각 문을 열었다.

일단 오피스1은 임대율이 99.3%에 달해 체면은 차린 상태. 하지만 30개사 가운데 순수 외국계 금융회사는 다이와증권(일본), ING자산운용(네덜란드), 뉴욕멜론은행(미국) 등 불과 9곳으로, 입주면적으로는 전체의 16%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국내에 새로 지점을 낸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국내 지점을 이곳으로 옮겨온 것이다.

‘국제금융센터’라는 이름과 안 어울리게 현재 입주한 회사들은 대부분 비금융회사이다. 가장 많은 공간(4∼12층)을 쓰는 딜로이트안진은 회계·컨설팅회사. 이외에 2개층 이상을 사용하는 LG화학(13, 14층), LG하우시스(15∼19층), 소니코리아(23, 24층), 필립모리스(25, 26층) 등도 모두 금융과 무관하다. 이들 5개 회사가 차지하는 공간만 전체의 70%에 이른다.

나머지는 더 심각하다. 오피스2의 임대율은 11.0%로 코스모자산운용(일본), 러셀인베스트먼트(미국) 등 5개 회사가 들어왔다. 하지만 입주면적의 70%를 차지하는 것은 금융이 아닌 한국의료센터(5885m²)다. 오피스3의 임대실적은 전무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핵심 금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비워둔 상태”라고 에둘러 말했다.

국제금융센터가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기 때문. 당초 서울시는 싱가포르가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지역본사를 유치해 동남아 금융허브가 됐듯 AIG그룹 아시아본부를 유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상황이 어려워진 AIG는 오히려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지역에서 철수해버렸다. 다른 금융사들도 공격적인 투자를 자제하면서 사무실 규모를 줄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탐낼 만한 인센티브도 없다. 서울시는 센터로 옮겨오거나 신설하는 국내외 금융기관에 대해 20억 원 한도의 설치자금을 지원하고 고용보조금과 교육훈련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법인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은 정부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와 AIG부동산개발 측은 “경기 상황이 개선되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 외에는 뚜렷한 해법이 없는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많은 다국적기업, 글로벌 금융기관과 접촉하고 있는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다가도 최종 결정을 미뤄 답답할 때가 많다”면서도 “오피스빌딩의 경우 완공된 이후 모두 입주할 때까지 2, 3년은 걸리기 때문에 아직 실패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동북아 금융허브#여의도 ‘IFC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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