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진압용으로 국내 경찰에도 보급된 테이저건에 장시간 노출되면 심장과 혈관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테이저건은 5만 V의 고압전류가 흐르도록 설계돼 있는, 사거리 6m 정도의 전기총이다. 미국 등에서 대테러용으로 쓰이며 한국 경찰도 2005년 이후 총 6940대를 구비했다. 제품설명서에는 “근육에 있는 신경을 마비시키고 일시적인 통증을 줄 뿐 심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실험 결과는 달랐다. 아주대병원 응급의학과 민영기 교수팀은 실험용 돼지 14마리를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에는 5초, 또 다른 그룹에는 10초간 테이저건을 발사한 뒤 돼지가 충격으로부터 깨어나는 시간을 측정했다. 보통 테이저건은 한 번 발사될 때 5초간 전류가 흐른다.
그 결과 5초간 노출된 돼지는 15분 후 정상상태로 돌아왔다. 10초간 노출된 돼지는 이의 2배인 30분이 지나도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연구진은 혈관의 상태와 혈압, 심박출량(1분 동안 각 심실에서 나오는 혈액의 양)도 살펴봤다. 두 그룹 모두 전기충격을 받은 직후 혈관이 넓어지면서 심장으로 가는 피가 급격히 줄었다. 혈압은 떨어지고 심박출량은 많아졌다.
민 교수는 “테이저건에 오래 노출될수록 혈압이나 혈관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게 이번 연구의 의의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테이저건 사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해외학술지 ‘법과학지’ 온라인판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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