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북 청송경찰서에 따르면 이 씨의 시신은 이날 오전 9시 53분경 청송군 파천면 어천리 속칭 ‘덤버들’ 인근 하천에서 물에 떠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기슭에서 2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얼굴이 하늘로 향한 채였다. 반변천으로 불리는 이곳 수심은 성인 무릎 정도로 깊지 않다. 주변은 나무와 갈대가 우거진 늪지대로 사람이 다니는 길이 없을 정도로 외진 곳이다.
발견 당시 이 씨의 몸에는 특별한 외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22일 오전 이 씨가 메고 다닌 천으로 된 가방이 발견된 지점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이다. 가방 안에는 이 씨가 캔 것으로 보이는 산나물과 밤이 절반쯤 들어있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이 씨가 송이 채취를 위해 처음 머물렀던 송강리 움막과 직선거리로 3km가량, 마지막으로 모습이 찍혔던 폐쇄회로(CC)TV가 있는 안동시 임동면 지리마을과는 2km 정도 떨어진 지역이다. 거리는 멀지 않지만 깊은 골짜기가 많아 도보로는 2시간 이상 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CCTV와 목격자, 경찰 조사 등을 종합하면 이 씨는 송이움막에서 능선을 타고 1시간 거리에 있는 청송군 진보면 후평리 마을까지 내려왔다가 지천교 다리를 건너 안동시 임동면 지리마을까지 간 뒤 다시 움막으로 되돌아가려고 했지만 길을 잘못 들어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지리마을에 사는 한 목격자는 “할머니가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 ‘안동’이라고 했더니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며 “할머니가 청송으로 가는 길을 물어서 방향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시신이 발견된 주변은 가로등 같은 불빛이 없어 밤에는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길과 늪을 구분하지 못하고 하천으로 들어갔다가 변을 당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씨의 시신은 유족이 부검을 원하지 않아 곧바로 인계돼 장례 절차를 밟고 있다. 경찰 검시관은 외견상 물에 오랜 시간 몸이 부풀어 올라 있어 1차 소견을 익사로 추정했다.
이 씨와 가족들은 매년 이맘때 송이를 캐기 위해 움막을 짓고 한 달씩 이곳에서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산 일부는 이 씨 등이 소유한 곳으로 송이가 많이 난다.
80대 노인인 이 씨가 과연 혼자 이 지역을 돌아다녔는지 의문도 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다닌 것으로 추정되는 코스는 건강한 사람도 쉽게 오르기 힘든 산이 많았다”며 “80대 노인이 어떻게 다녔을까 궁금할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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