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선원 삼지창에 생명위협 느껴 고무탄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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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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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경이 밝힌 ‘긴박했던 순간’

연행되는 中선원들 17일 전남 목포시 산정동 목포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목포해경 경찰관들이 불법조업 단속에 저항해 흉기를 휘두른 중국 무허가 선박 요단어 23827호 선원들을 경찰서로 연행하고 있다. 목포=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연행되는 中선원들 17일 전남 목포시 산정동 목포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목포해경 경찰관들이 불법조업 단속에 저항해 흉기를 휘두른 중국 무허가 선박 요단어 23827호 선원들을 경찰서로 연행하고 있다. 목포=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17일 오후 전남 목포시 산정동 목포해양경찰서 전용부두. 전날 오후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북서쪽 85km 해상에서 불법조업을 하다 나포된 중국어선 요단어 23827호(93t급)가 정박돼 있었다. 녹이 슬어 푸른색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진 철선(鐵船) 뱃머리에 오성홍기가 나부꼈다.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보여주듯 어선 안에는 어망과 부표, 밧줄, 고기 상자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조타실 뒤쪽 그물더미 위에는 끝이 뾰족한 1.5m 길이의 쇠창살이 보였다. 고속단정을 대지 못하도록 선체 외부 난간에 걸어놓은 흉기다. 죽창처럼 보이는 쇠창살은 지난해 처음 등장했다. 갑판 옆에는 쇠꼬챙이가 꽂혀 있었다. 단속 경찰관이 배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쳐놓은 철망을 연결하는 것으로 유사시에는 흉기로 돌변하기도 한다. 목포해경은 요단어 23827호에서 삼지창, 쇠톱, 손도끼 등 7점을 압수했다. 해경 관계자는 “요즘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은 마치 전투함 같다”며 “무기가 날로 살벌해져 해경의 대응이 한층 강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요단어 23827호를 나포한 김국성 목포해경 소속 3009함 함장(57·경정)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배 뒤쪽에서 선원 7명이 삼지창, 쇠톱 등을 휘둘러 승선을 세 차례나 제지당했다”며 “중국어선 단속은 한마디로 생명을 건 전쟁”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난 날은 금어기가 풀린 첫날이었다.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비행하던 3009함 소속 헬기가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어선 30척을 발견한 것은 이날 오후 3시 10분경. 정모 경사(43) 등 단속반원 16명이 탄 고속단정 2척이 바로 추격하자 요단어 23827호 등 2척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4.5km 거리를 30분간 지그재그로 운항하며 극렬하게 저항했다. 김 함장은 “고속단정보다 1∼2m 높은 어선에서 흉기를 휘두르자 속수무책이었다”며 “선체 좌우 양측에 쇠꼬챙이가 11개씩 설치돼 있었고 철망이 30m 정도 쳐져 있어 선미로 승선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절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단속반원들은 고속단정과 어선이 10m 이상 떨어진 곳에서 고무탄 1발을 쐈다. 고무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달아나자 4발을 더 발사했고 마지막 5발을 쐈을 때 장수원(張樹問·44) 씨가 쓰러졌다.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의 진술에 따르면 장 씨는 60cm 길이의 쇠톱을 휘두르며 격렬하게 저항했고 고무탄을 가슴에 맞은 직후 비명을 지르며 조타실 쪽으로 뛰어가다 쓰러졌다는 것이다. 김 함장은 “당시 어선이 지그재그 운항을 해 너울성 파도가 발생한 데다 기상 상황까지 좋지 않았다”며 “단속반원들은 생명의 위험을 느껴 진압 매뉴얼에 따라 고무탄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경찰관들은 단속 과정에서 장 씨가 숨지자 당혹감과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해경 조사를 받은 뒤 휴대전화를 꺼놓는 등 연락이 되지 않았다. 강성희 목포해경서장은 “불법조업 단속 과정에서 숨진 장 씨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검문에 수긍하는 어선에 대해서는 각종 편의를 제공하겠지만 흉포하게 저항하는 어선에는 엄중 대처한다는 게 해경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18, 19일경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장 씨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밝히는 한편 선장 장모 씨 등 11명을 공무집행방해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채널A 영상] 거북선처럼 개조한 어선 살펴보니…‘어처구니 없네’

[채널A 영상] ‘고무탄 사망’ 中 선원, 톱 휘두르며 격렬 저항

목포=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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