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든든한 사위 보니 한국에 시집간 딸 이젠 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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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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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 결혼이주여성 친정부모 초청 행사
5개국 23명 한국 찾아 딸과 재회의 기쁨나눠

15일 경북도청 주차장에서 베트남 출신 여성 팜 티친 씨(오른쪽)가 한국을 방문한 아버지에게 꽃다발을 전하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경북도 제공
15일 경북도청 주차장에서 베트남 출신 여성 팜 티친 씨(오른쪽)가 한국을 방문한 아버지에게 꽃다발을 전하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경북도 제공
“사랑하는 아버지, 그동안 많이 야위셨네요. 아버지 얼굴을 보자마자 고향 생각에 눈물이 났습니다.”

15일 오전 경북도청 강당. 캄보디아 출신 팜 티친 씨(22·여)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편지를 읽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읽던 그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강당에 있던 70여 명의 다문화가족도 일순 숙연해지며 눈시울을 붉혔다. 팜 씨는 “아버지, 제 꿈은 좋은 아내, 좋은 엄마, 효성스러운 며느리가 되는 겁니다. 한국 사람들은 따뜻하고 정이 많아요. 열심히 노력하면 제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입니다”라며 낭독을 마쳤다.

반가운 표정으로 딸을 지켜보던 아버지 팜 수언 동 씨(48)는 “나이가 어릴 때 시집을 가서 걱정이 많았는데 무척 대견하다”며 “사위도 든든해 보여 마음이 놓인다”고 흐뭇해했다. 그의 품에 안긴 손녀(2)는 처음 본 할아버지 얼굴을 매만지며 재롱을 부렸다.

이날 경북도가 마련한 결혼이민여성 친정 부모 초청 행사장은 사랑과 행복이 가득했다. 참석자들은 그리움을 달래듯 서로 손을 놓지 못했다. 캄보디아에서 온 웃 시롬 씨(61·여)는 손자(5)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손자가 캄보디아말로 인사를 하고 열까지 수를 헤아리자 활짝 웃으며 꼭 껴안았다. 그는 “꿈에 그리던 딸과 손자를 보게 돼 정말 행복하다”며 좋아했다. 딸 하이라니 씨(26)는 “오랜만에 어머니를 뵈었는데 그 사이 많이 늙어 보여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며칠 동안이라도 못다 한 효도를 다 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민 여성의 남편들도 장인이나 장모를 정성껏 모셨다.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표정과 몸짓으로 정겨움을 나누며 모처럼 든든한 사위 모습을 보여 줬다. 2005년 캄보디아 출신 여성과 결혼한 배재확 씨(41·경북 칠곡군)는 “며칠 전부터 아내가 오늘을 기다리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친정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간을 아껴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처음 이 행사를 연 경북도는 올해는 더 많은 다문화가정이 참여하도록 친정아버지나 어머니 중 한 명을 초청했다. 캄보디아 베트남 중국 일본 태국 등 5개국 친정 부모 23명이 왔다. 이들은 20일까지 경북 시군이 마련하는 환영행사에 참석하고 관광지를 찾는다. 서울 경복궁과 청계천 등에서 한국문화 체험도 할 예정이다.

천순복 경북도 다문화행복과장은 “짧은 만남이지만 행복한 마음을 가득 안고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결혼이민 여성들이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결혼이민여성#친정 부모 초청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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