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변론에 앙심… 변호사 흉기로 찔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40대男 , 변호사-사무장 상처 입힌뒤 달아났다 자수… “변호 제대로 못해” 주장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피의 복수’를 결행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1991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연출한 ‘케이프 피어’는 부실한 변론 탓에 과중한 형벌을 받았다며 변호사를 향해 복수극을 펼치는 남자(로버트 드니로 역)의 극한적 적개심을 그려 충격을 줬다. 영화와 같은 복수극이 한국에서도 벌어졌다.

전남 장흥에서 콩나물 가공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조모 씨(47)는 2007년 업체 간 분쟁으로 무고, 협박 등 혐의로 구속됐다가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조 씨는 “내가 피해자인데 처벌받아 억울하다”며 항소했다. 변호는 부장판사 출신인 서모 변호사(50)에게 맡겼다.

그러나 조 씨는 항소심에서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 씨는 2008년 3월부터 광주 동구 지산동 서 변호사 사무실 앞에서 “제대로 변호하지 못해 유죄 선고를 받았다. 사과하지 않으면 영화 ‘부러진 화살’처럼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한 달에 서너 차례 1인 시위를 벌였다. 조 씨가 ‘실력행사’에 나서자 서 변호사는 어쩔 수 없이 수임료 1500만 원 가운데 착수금으로 받은 500만 원을 돌려줬다고 한다.

항소심이 끝난 지 5년이 지났지만 분이 풀리지 않은 조 씨는 15일 오전 서 변호사 사무실을 다시 찾았다. 서 변호사가 “할 이야기가 없다”며 면담 요청을 거절하자 조 씨는 노란 종이봉투에서 흉기를 꺼내 서 변호사의 왼쪽 다리를 3차례 찔렀다. 제지하는 정모 사무장(47)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왼쪽 다리에 상처를 입혔다. 서 변호사와 정 사무장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달아난 조 씨는 2시간여 만에 자수했다. 조 씨는 경찰에서 “재판 과정에서 소송 상대로부터 협박을 당했는데도 변호사는 불성실 변호를 했다”며 “무죄를 입증하지 못한 것을 따지러 갔는데 말을 들어주지 않아 홧김에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조 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