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람이 27년 연임하고… 처남을 3개委 위원 위촉하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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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개 지자체 도시계획위-건축위 주먹구구 운영
추천이나 공모절차 없이 친분관계 따라 심의 맡겨

강원의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시계획위원을 맡고 있는 A 교수는 1982년부터 27년 동안 연임했다. 그는 1993년부터 19년째 건축위원도 맡고 있다. 서울 B 구청장은 자신의 처남을 도시계획위원회, 건축위원회, 건축민원조정위원회 위원으로 한꺼번에 위촉했다. 인천의 한 지자체 건축위원회는 민원이 있다는 이유로 3년 동안 7차례나 한 건물의 건축 심의를 부결시키며 매번 새로운 조건을 부과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31개 지자체의 도시계획위와 건축위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뚜렷한 기준 없이 위원을 선정하고 폐쇄적으로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어 부패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이들 위원회는 지역의 각종 개발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먼저 일부 건축위원은 주관적이고 애매한 지적을 통해 사실상 로비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외관을 가급적 단순히 하라’ ‘조경을 은유적인 디자인으로 계획하라’는 식의 지적을 하면 민간사업자로서는 갈피를 잡기 어려워 로비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광역자치단체의 건축위는 최근 4년간 접수된 심의 안건 중 조건부가결 또는 재심의 결정을 내린 비율이 84.6%에 달했다.

또 추천이나 공모 절차 없이 지자체장과의 친분 관계에 따라 위원을 위촉하고 지자체의 방침에 우호적인 위원은 장기 연임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 관계자나 교수가 심의위원으로 위촉돼 자신들이 관여한 안건의 심의를 맡는 사례도 발견됐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위원에 대한 로비를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지만 정작 업체들은 대부분 위원 명단을 확보하고 있어 음성적 로비를 유발하고 있다고 권익위는 지적했다.

권익위는 △안건 처리 기한 설정 및 반복적인 심의 제한 △위원 명단 전면 공개 및 심의기간 민간사업자와의 접촉 금지 △공모와 추천을 통한 위원 선정 및 연임 제한 △인터넷을 통한 회의록 공개 등 개선안을 마련해 국토해양부와 247개 지자체에 권고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지자체#도시계획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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