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 검진’ 하루 500명씩 몰려… 환경부 “지하수-토양 오염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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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미 사고지역 불안 계속

경북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와 관련해 중앙사고수습본부는 9일 사고지역 대기와 토양, 지하수 등에서 불산이 검출되지 않거나 기준치 이하로 측정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병원을 찾는 사람은 계속 늘고 있다. 피해지역 주민이 2, 3차례 중복 진료를 받기도 했지만 오염에 따른 걱정 때문에 사고 현장과 거리가 있는 지역 주민들까지 검진 행렬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 환경부 “사고지역 불산 기준치 이하”

환경부가 2일 사고지점으로부터 157∼700m 떨어진 지점의 지하수 3곳에서 불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1곳은 불검출, 나머지 2곳은 각각 L당 0.04mg, 0.05mg으로 나타났다. 이는 음용 지하수의 먹는물 불소 기준 1.5mg보다 낮은 것이다. 불산가스는 불소와 수소의 결합물로 일반적으로 불소 검출량으로 오염 여부를 확인한다.

사고지점 주변 토양 7곳도 모두 기준치 이하였다. 7개 지점의 불소 농도는 kg당 155∼295mg으로 농지 및 주거지의 토양오염 우려 기준인 400mg보다 낮았다. 이 지점들은 지역 주민이 측정을 요구한 곳으로 사고지점에서 154∼3900m 떨어져 있다. 지난해 구미 지역 토양측정망 5곳의 불소 평균농도는 kg당 275.5mg이었다.

이날까지 병원에서 검진 또는 치료를 받은 사람은 5733명으로 늘었다. 이는 지금까지 병원을 찾은 사람의 누적 인원이다. 이 중 입원환자는 11명이다. 구미시 사고대책본부 관계자는 “상당수는 몇 차례 다시 치료받아 실제 인원은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감기와 유사한 목, 코, 눈 등의 자극 증상이 대부분이고 일부에서는 피부 발진 증상이 있다”며 “추석 연휴 직후인 2일 이후 진료나 검진을 받는 주민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 피해 지역 근처 주민들도 불안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특히 눈으로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고 현장과 가까운 곳의 주민들은 걱정이 크다. 경북 구미시 장천면 하곡2리는 사고 지역에서 다소 떨어진 곳이지만 마을 주민들은 9일 하루 종일 밭일도 못한 채 정부 발표만 지켜봤다. 주민 김모 씨(78)는 “사고 지역은 조사도 하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는데 우리 마을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공기가 여기까지 안 퍼졌을 리도 없는데 그냥 지켜만 보자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사고 지점에서 2, 3km 떨어진 장천면 하장2리와 신장리 일대는 불산이 퍼졌을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오염 정밀조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산업단지 4단지 근로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양포동과 옥계동은 사고 발생 때부터 모니터링의 필요성이 제기됐던 곳. 58학급 1900여 명의 학생이 다니는 옥계동부초교에서는 학부모 요청으로 지난주부터 체육수업을 금지했다. 식단 재료도 학부모 참관하에 구매하고 있다. 이 학교 윤병직 교장은 “하루 10여 명씩 건강 이상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며 “학부모는 물론이고 학생, 교사까지 모두 예민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미경찰서는 이날 중간수사 결과를 통해 “휴브글로벌 대표 허모 씨(48)와 공장장, 안전관리책임자 등 회사 관계자 3명이 작업현장의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재조사를 거쳐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사법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구미시의 초기대응 부실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어 사법처리 범위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구미=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동영상=구미 불산 가스 누출 사고 CCTV 영상
#구미#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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