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린 OO스타일!”대한민국 고교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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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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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해 고교생활의 애환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낸 영상이 인기다. 왼쪽부터 경기 구리고 UCC 제작 동아리 ‘iStoryFarm’학생들이 만든 ‘남고스타일’, 경기 동우여고 광고홍보 동아리 ‘AI’ 학생들이 만든 ‘여고 스타일’, 경북 경북외고 임현재 양이 친구들과 함께 만든 ‘고3스타일’.
최근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해 고교생활의 애환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낸 영상이 인기다. 왼쪽부터 경기 구리고 UCC 제작 동아리 ‘iStoryFarm’학생들이 만든 ‘남고스타일’, 경기 동우여고 광고홍보 동아리 ‘AI’ 학생들이 만든 ‘여고 스타일’, 경북 경북외고 임현재 양이 친구들과 함께 만든 ‘고3스타일’.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빌보드차트 2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 스타일’. 그 열풍이 고등학교에도 불어 닥쳤다.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라온 국내 고교생들의 강남스타일 패러디 영상만 수십 개. 이들 영상에는 대입을 앞둔 한국 고교생들의 애환이 때론 유머러스하게, 때론 가슴 짠하게 녹아 있다.

특히 경기 구리고 학생들이 만든 ‘남고스타일’, 경기 동우여고의 ‘여고스타일’, 경북 경북외고의 ‘고3스타일’은 대표적 인기 영상. 특히 ‘남고스타일’은 유튜브 조회수가 10만 건에 이를 만큼 인기다.

○ ‘EBS 연계율’이 무서워!


먼저 경북외고 학생들이 만든 ‘고3스타일’에는 ‘강남 스타일’을 패러디한 이런 가사가 등장한다.

“한약 한 잔의 여유를 아는 고3. ‘핫식스’ ‘박카스’를 원샷 때리는 고3. 두뇌보다 뱃살이 울퉁불퉁한 고3. EBS 그 옆에 EBS. 나는 ‘연계’를 아는 놈∼.”

이 대목을 부르는 고교생의 목소리는 마치 절규에 가깝도록 애처롭다. 이른바 ‘에너지음료’ 혹은 ‘자양강장제’를 들이켜며 밤새 시험공부에 시달려야 하는 고3 수험생의 슬픈 현실이 풍자된 가사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여기엔 수험생들의 최대 관심사인 ‘수능과 EBS 문제집 연계’까지 구구절절 언급되어 있으니!

재치 넘치는 이 노래는 경북외고 3학년 임현재 양이 공부에 지친 친구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물하고자 기획한 것. 임 양은 같은 학년 김연주 김지연 양과 함께 쉬는 시간마다 짬짬이 찍어 영상을 만들었다.

임 양은 “수능과 관련된 EBS 문제집 수만 해도 엄청나게 많은데 수능과의 연계율이 70%나 되다 보니 그 많은 EBS 교재를 모두 풀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이런 고3들의 심정을 가사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 여고생에 대한 환상을 버려!

“발 냄새 익숙해져버린 여고생. 웬만한 노출에도 별 생각 없는 무감각한 여자. 아침을 먹고 나서도 배가 고픈 여고생. 점심을 먹고 나서도 배가 고픈 여고생. 저녁을 먹고 나서도 배가 고픈 여고생. 자연인의 모습을 추구하는 그런 여고생∼.”

자연인? 이는 고교생들이 수능을 준비하느라 겉모습에 영 신경을 쓰지 못하는 자신들의 ‘몹쓸’ 모습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여고스타일’ 영상의 가사다. 동우여고 광고홍보동아리 ‘AI(Advertisement Idea)’ 소속 학생 8명은 자신들의 학교를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홍보할 방법을 궁리하다 이 동영상을 만들었다.

동아리 기장인 2학년 김민정 양이 촬영과 편집을 맡고 같은 학년 이기은 양이 싸이의 역할을 맡아 열연한 이 영상은 노래방에서 녹음하고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초저예산 손수제작물(UCC). 김 양은 “남녀공학 학교와 달리 여고에서는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넓은 앞이마를 훤히 드러낸 채 공부하는 등 남의 시선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여학생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영상에는 배우 김수현의 사진을 보며 미친 듯 열광하는 여고생, 급식을 빨리 먹기 위해 맨발에 삼선 슬리퍼를 신고 ‘빛의 속도’로 뛰어가는 여고생, 두루마리 휴지가 올려져 있는 여학생의 지저분한 책상과 같은 재미나고도 일상적인 모습들이 담겨 있다.

○ 남고생, 헤어스타일은 포기 못해!

“이때다 싶으면 머리에 왁스 바르는 남자. 자다가 일어나도 머리 만지는 남자. 급식 식기도 전에 원샷 때리는 사나이. 예∼. 남중 놈, 그 위에 남고 놈. 나는 곧 군대 갈 놈∼.”

구리고 UCC 제작 동아리 ‘iStoryFarm’ 학생들이 최근 만든 뮤직비디오 ‘남고스타일’의 가사 중 일부다. 3학년 서문성훈 군과 1학년 한효정, 이은석 군을 비롯한 이 동아리 학생 25명과 교사 5명 등 총 30명이 제작에 참여해 꼬박 3주간 만든 이 완성도 높은 동영상에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머리스타일에 신경을 쓰는 남학생들의 모습이 패러디된다. 교사들이 직접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 동영상 제작에 참여한 3학년 한건우 군은 “똑같은 교복을 입는 학교환경에서 남학생들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거의 유일한 대상이 헤어스타일”이라며 “자다 일어나면 본능적으로 휴대전화 액정에 자기 모습을 비춰보면서 머리를 매만지는 남학생들의 재미난 일상을 뮤직비디오로 담았다”고 말했다.

이영신 기자 l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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