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자연이 강하게 키운 사과… 작고 덜 달고 수확량 적어도 항암성분 일반품종의 2배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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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어 보다 좋은 상품 제공”
전남 농장서 6년째 재배… 입소문에 전국 10곳서 배워가
7일 전남 장성군 남면 평산리 전춘섭 씨(73) 농장. 구릉 8100m²(약 2450평)에 사과나무 480그루가 자라고 있다. 나무마다 10개 안팎의 사과만 달려 있다. 작은 사과는 아직 붉은색을 띠지 않았다. 한입 깨무니 단맛은 적지만 수분이 많아 상쾌한 느낌이 든다. 이 사과나무는 6년째 농약과 퇴비 없이 자랐다.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자라 ‘자연재배 사과’(자연사과)로 불린다. 장기간 보관해도 썩지 않아 ‘기적의 사과’로도 불린다.
○ 볼품없어도 항암성분은 두 배
자연사과는 일반사과보다 무게가 40% 정도 덜 나가고 단맛도 5%가량 떨어진다. 그러나 항암성분은 최고 두 배 정도 많은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전남도농업기술원 식품경영연구소가 2010년부터 2년 동안 자연사과 성분을 분석한 결과 항암물질 플라보노이드가 100g당 평균 164mg 함유된 것을 확인했다. 일반사과는 100g당 평균 89mg이다. 자연사과는 항암물질 클로로제닉산도 26% 많았다. 노화와 성인병을 막는 항산화효과가 43% 높았다. 남승희 식품경영연구소 연구사는 “자연사과가 갖고 있는 다양한 항암성분에 초점을 맞춰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사과는 보관하기도 일반사과에 비해 수월하다. 알맹이가 단단해 쉽게 썩지 않는다. 식품경영연구소가 자연사과를 90일간 25도에서 보관한 결과 일반사과보다 무게가 5∼6% 적게 감소했다. 2006년 일본에서는 농약 퇴비 없이 재배한 사과 반쪽이 2년 반이 지나도록 형태를 유지해 기적의 사과라고 불렸다.
전 씨의 사과도 같은 자연농법으로 재배했다. 김월수 전남대 식물생명공학부 교수는 “식물이 병해충의 공격을 받으면 천연 항균제(파이토알렉신)를 생성한다”며 “자연사과는 알맹이가 단단한 데다 항산화효과가 많아 쉽게 썩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농부의 땀이 녹아든 결과
전 씨는 2007년 3월 농장에 사과나무 780그루를 심었다. 수확량을 늘리기 위한 가지치기를 하지 않았다. 자연 그대로 키우기 위해 그 가운데 300그루를 베어냈다. 수확한 사과는 2009년 4100개, 2010년 1만3000개, 2011년 1300개다. 다음 달 올해 사과 3000개를 수확할 예정이다. 새가 사과를 쪼아 먹거나 병충해로 수확량이 적다. 벌이 없지만 인공수분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확량은 늘지 않는다. 올해는 세 차례 태풍이 덮쳐 7000여 개가 떨어졌다.
전 씨 부부는 그동안 사과밭에 인건비를 포함해 1억 원 정도를 투자했다. 하지만 수익금은 아직 한 해 500만 원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연사과의 장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점차 시장이 커지고 있다. 전 씨에게 자연농법을 배우려는 농부가 한 해 100명 이상 농장을 찾는다. 전국 10여 곳에 자연농법으로 재배하는 사과농장이 최근 생겼다.
원예전문가들은 여름철 비가 많이 내리는 한국 일본은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으면 병해충에 가장 약한 사과를 재배하기 힘든 여건이라고 설명한다. 수확량도 일반사과보다 40% 떨어져 농부는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야생사과가 일반사과보다 1.5배 이상 비싸고 새가 쪼아 먹어 상품성이 떨어진 것은 주스로 가공해 판매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전 씨는 “한국형 기적의 사과 재배법을 정립해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며 “돈벌이보다 임신부와 유아들에게 안전한 사과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올해 수확량은 다음 달 초 한마음공동체(061-393-0649)에서 개당 1500∼2000원 선에 판매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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