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탈주 다음날 밀양 잠입… 경찰 6일간 헛다리만 짚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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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경찰서 유치장 탈출범 검거까지 ‘사건의 재구성’

崔, 검거 뒤 배식구 높이 15→11cm 유치장 수감 유치장 배식구의 15cm 간격 쇠창살을 비집고 탈주했다 5일 만에 붙잡힌 최갑복이 22일 대구 동부경찰서 앞에서 “억울하다”고 호소하고 있다(왼쪽 사진). 그는 이번엔 배식구가 11cm밖에 안 되는 투명 아크릴판 유치장(오른쪽 사진)에 수감됐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대구지방경찰청 제공
崔, 검거 뒤 배식구 높이 15→11cm 유치장 수감 유치장 배식구의 15cm 간격 쇠창살을 비집고 탈주했다 5일 만에 붙잡힌 최갑복이 22일 대구 동부경찰서 앞에서 “억울하다”고 호소하고 있다(왼쪽 사진). 그는 이번엔 배식구가 11cm밖에 안 되는 투명 아크릴판 유치장(오른쪽 사진)에 수감됐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대구지방경찰청 제공
17일 새벽 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 배식구를 빠져나간 최갑복(50)이 탈옥 5일 반 만에 검거됐다. 최는 22일 오후 4시 53분 경남 밀양시 하남읍 수산리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붙잡혔다. 경찰은 최가 검거된 후에도 여전히 유치장 탈옥 당시의 폐쇄회로(CC)TV 화면을 공개하지 않고 유치장 내 탈주 과정에 대한 현장검증도 하지 않기로 해 “탈옥 과정에 경찰이 숨겨야만 하는 치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17일 밤 경찰 추격을 따돌리고 경북 청도군 청도읍 화악산으로 들어간 최는 이후 화악산과 인근 남산 일대를 돌아다니다 18일 산을 타고 밀양에 잠입했다. 경찰은 매일 인원 500∼700명과 수색견, 적외선카메라가 부착된 헬기까지 동원해 수색했으나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최의 검거에는 시민 제보가 결정적이었다. 20일 오전 7시 반경 밀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최로 보이는 사람이 버스를 타고 가다 상남면 국도변에서 내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어 다음 날인 21일 오후 7시 10분경에는 인근 하남읍 수산리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누군가가 라면을 끓여 먹고 칼 한 자루와 비옷을 훔친 뒤 ‘죄송합니다. 비강도자 최갑복’이란 메모를 남겼다는 신고도 들어왔다. 자신은 강도가 아니라는 주장을 담은 메모였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간에 하남읍내에 최로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신고도 이어졌다. 경찰은 최가 밀양으로 숨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이후 밀양지역의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경찰은 “최가 20일까지는 탈주 첫날 구입한 김밥과 우유로 산에서 버티다가 이마저 떨어지자 음식을 구하기 위해 21일 산을 내려온 것 같다”고 말했다.

산을 내려온 최는 22일 오후 경찰 포위망을 피하기 위해 하남읍의 한 개인주택에 들어갔다 여주인에게 들키자 “조용히 하라”고 한 뒤 달아났다. 최는 이곳에서 100여 m 떨어진 한 아파트 옥상 보일러실로 도주한 뒤 라면박스를 덮고 숨었으나 여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최가 탈출한 유치장에서 잡힌 곳까지는 직선거리로 80km가량이다.

경찰은 최를 배식구 크기가 가로 102.5cm, 세로 11cm인 유치장 2호실에 수감했다. 전면이 투명 아크릴판으로 된 이 방은 그가 탈주한 3호실 바로 옆방이다. 이에 앞서 최는 17일 오전 5시경 아프다는 핑계로 경찰에게 받은 연고를 머리와 온몸에 바른 뒤 가로 45cm, 세로 15cm 크기의 배식구를 통해 빠져나왔다. 이어 2m 높이의 창문에 설치된 세로 간격 13.5cm(가로는 79cm)의 창살을 벌린 뒤 달아났다. 최는 22년 전인 1990년에도 호송차 창살을 뜯어내 20cm 간격을 만든 뒤 차에서 뛰어내려 도주한 바 있다.

최는 검거된 뒤 “나는 살면서 남을 해친 적이 없는데 경찰과 피해자라는 사람들이 강도로 몰아 죄를 뒤집어 씌웠다. 억울함을 벗기 위해 달아났다”고 말했다. 최는 5월 대구 동구 효목동의 상가를 빌려 유사휘발유를 판매하다 주인이 이를 알고 쫓아내자 7월 8일 새벽에 임대차계약서를 훔치기 위해 주인집을 찾아갔다. 이 과정에서 주인을 폭행해 준강도상해 혐의로 구속되자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최가 저지른 전과 25범 중에는 준강도와 미성년자 성폭행 등 강력범죄가 여러 차례이며 이번에도 피해자가 위협을 느낀 만큼 준강도상해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탈주 증거가 명확하기 때문에 최가 유치장에서 빠져나와 경찰서를 벗어난 부분까지는 현장검증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현장검증을 할 경우 당시 근무자 배치 및 상황이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찰이 이를 기피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허술했던 초기 수색 실패도 문제점으로 남았다. 최는 유치장을 벗어난 후 지리를 잘 몰라 무려 11시간 동안 경찰서 주변을 배회했지만 전혀 제지받지 않았다. 심지어 경찰서 인근에서 도주에 필요한 승용차와 신용카드가 든 지갑을 훔치는 절도행각까지 벌였다. 훔친 승용차로 대구를 벗어났지만 경찰은 기차역과 터미널만 검문을 강화했을 뿐 고속도로 나들목에 대한 경계는 전혀 하지 않았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유치장 탈출범#최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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