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전용 포털 ‘닥플’ 게시판은 性해방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 간호조무사-女환자 비하 음란글로 도배

“울 병원 간조(간호조무사) ○먹고 싶은데. 아침에 옷 갈아입을 때 확 덮쳐 버릴까? 아님 퇴근 때 느긋하게 함 눌러줘 버릴까.”(글쓴이 ‘궁금함’)

의사 전용 포털사이트인 ‘닥플’(www.docple.com) 내 익명 게시판에 자신을 개업의라고 소개한 한 회원이 글을 올렸다. 순식간에 댓글이 달린다. “현금 1만 원짜리 100장 묶음 3개쯤 내놓고 ‘너 내 애인 해라’ 한번 해보세요” 등 방법을 알려준다. 말리는 댓글도 있다. “조만간 방송 타겠네, 개인의원 원장 성추행으로 입건.” 조회수는 순식간에 2406건으로 늘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윤리 자정선언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사 커뮤니티 내밀한 곳에는 범죄는 아니지만 비뚤어진 성의식을 보여 주는 대화가 공공연히 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 10일자 A2면 “비윤리 의사 제재” 의협 최초 자정선언

닥플은 3만80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국내 3대 인터넷 의사 전용 커뮤니티다. 의사면허증이 확인돼야 가입할 수 있다. 노환규 의협 회장이 회장 취임 하루 전인 4월 30일까지 수 년 동안 운영하기도 했다. 이 사이트에는 회원이 카페처럼 게시판을 열 수 있는데 ‘불가마’ ‘모나미’ 등 음란물 전용 익명 게시판이 지속적으로 개설돼 왔다. 여기에는 왜곡된 성 인식을 담은 게시물이 다수 올려져 있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대상은 ‘간조’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간호조무사였다. ‘날 짝사랑하는 막내 간조 ○먹은 얘기’, ‘간조 셀카’ 등 이들을 성적 노리개로 취급한 글도 상당하다. “데리고 있는 간조랑 ○을 쳤다”는 글에 “○○이 있으면 파고드는 게 남자 아니겠냐!”, “제가 다 속이 시원하다. 그동안 할까 말까 망설이는 글들만 많이 봐 왔다”며 응원하기도 한다.

간호조무사는 병원 내 가장 낮은 지위 때문에 상당수 회원은 이들을 성적으로 비하하고도 별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한 회원이 간조와의 성관계 경험을 게시판에 남기자 “간조애들은 친구들한테 자랑질하기 바쁘죠” 등의 댓글이 달렸다. 오히려 감사해할 일을 해 줬다는 인식이다.

여성 환자와 관련된 성적 대화도 이뤄졌다. 한 회원이 “가끔 오는 여환(여성 환자) 중에서 보기만 하면 그 생각밖에는 안 난다”고 고민을 올리면 “담에 오심 사진 올리세요”, “저도 그런 여환들이 수 명 있다”, “나도 몇 있는데, 그냥 눈빛만 한 번 주고받는다” 등으로 비슷한 경험담을 올렸다. 간호사도 종종 등장한다. 한 회원이 봉직의(병원 소속 의사) 당시 외래 간호사와의 성적 경험담을 올리자 “간호원 ○먹은 넘들이 왜 이리 많은겨? 난 아무래도 헛산 거 같어”라며 허탈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 이 게시판들은 포괄수가제 논란 중 빚어진 비방 사태로 8월 3일 경찰이 닥플을 압수수색하며 운영진에 의해 폐쇄 조치됐다. 하지만 최근까지 이 같은 글들이 올라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여성의사회장을 지낸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성인으로서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가능하다 해도 의사들의 성의식은 윤리의식의 일환인 만큼 자정운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채널A 영상] “우유 주사 맞을까요?” 여성 불러내 마취제 투여 뒤…


#닥플#음란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