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네버다이 여경’… 음주차량 붙잡고 15m 끌려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8일 03시 00분


영등포경찰서 민인숙 경위 동료 도움으로 운전자 체포

민인숙 경위가 음주운전 차량에 매달려 가다 떨어져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고 있다(위쪽).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민 경위(아래 사진). 영등포경찰서 제공·김진우 기자 uns@donga.com
민인숙 경위가 음주운전 차량에 매달려 가다 떨어져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고 있다(위쪽).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민 경위(아래 사진). 영등포경찰서 제공·김진우 기자 uns@donga.com
8월 29일 오전 10시경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대림역 12번 출구 앞. 기소중지자 특별단속을 벌이던 영등포경찰서 대림3파출소 소속 민인숙 경위(46·여)는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는 스타렉스 승합차를 발견했다. 과격한 운전을 수상히 여겨 쫓아가보니 운전자 손모 씨(35)는 술에 취해 눈이 풀려 있었다. 손 씨는 운전면허도 없는 상태였다.

손 씨는 민 경위가 차에서 내리라고 하자 갑자기 차를 몰고 달아났다. 민 경위가 본능적으로 운전석 문고리를 붙잡고 매달렸지만 차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내달렸다. 15m가량 끌려간 민 경위는 승합차가 모퉁이를 빠르게 돌 때 손을 놓쳐 떨어졌다.

넘어진 뒤에도 민 경위는 무전기로 손 씨의 도주로를 알린 뒤 곧장 승합차가 달아난 방향으로 절뚝거리며 쫓았다. 이 장면은 골목길에 서 있던 한 차량의 블랙박스에 그대로 녹화됐다. 민 경위의 무전을 받은 동료 경찰들이 2.5km가량 떨어진 곳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08%로 만취한 손 씨를 붙잡았다. 액션영화처럼 차량에 매달려 범인을 추격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그는 ‘네버다이(Never die·결코 포기하거나 죽지 않음) 여경’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그는 지난해 2월에도 도주하는 오토바이 손잡이를 잡고 200m를 끌려간 끝에 운전자를 검거하기도 했다.

전치 3주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 중인 민 경위는 7일 구로구 개봉동의 한 병원에서 기자와 만나 “경찰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건데 인터뷰까지 하느냐”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퇴원하는 대로 현장으로 돌아가 시민 안전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채널A 영상]이번엔 ‘다이하드 여경’, 몸 던진 추격 현장

김진우 기자 uns@donga.com
#네버다이 여경#음주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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