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大 성추행 의대생 어머니도 “피해여성 명예훼손” 법정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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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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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장애” 거짓말 퍼뜨려… 명예훼손 소송서 징역 1년

성추행 사건으로 실형이 확정돼 출교당한 고려대 의대생 배모 씨(26·수감 중)의 어머니 서모 씨(52)가 피해 여학생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2일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성호 판사는 이날 피해 여학생을 모독하는 내용의 허위 사실이 담긴 문서를 꾸며 동료 의과대학생들에게 배포한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서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같은 혐의로 추가 기소된 배 씨도 1년을 선고받아 성추행 사건 재판에서 확정된 징역 1년 6개월을 포함해 최대 2년 6개월을 복역하게 됐다. 아들이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는 상황에서 어머니까지 법정 구속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남학생들의 성추행이 전도유망했던 한 여성에게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긴 것은 물론이고 본인들의 장래, 그리고 부모의 인생마저 파탄으로 내몬 비극을 연출한 것이다.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3개월이 지났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어머니 서 씨는 무엇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고 법원은 왜 이렇게 냉정한 판결을 내린 것일까.

이 사건은 지난해 5월 경기 가평군으로 함께 여행을 간 배 씨 등 3명이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동기 여학생 A 씨를 성추행한 사건이다. 사건이 알려지자 가해 학생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3명 모두 최고 징계인 ‘출교’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올해 6월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1년 6개월∼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배 씨와 어머니 서 씨가 피해자를 공격하는 ‘사실 확인서’를 고려대 의대생들에게 돌린 혐의로 추가 기소되면서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 씨는 아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이를 기각시키는 데 도움을 주려고 아들과 함께 사실 확인서를 만들었다. 확인서에는 ‘A 씨의 인격장애적 성향으로 인해 강제추행 사건 내용이 부풀려졌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서 씨는 아들과 함께 지난해 6월 사실 확인서를 의대생 21명에게 보여주고 서명까지 받았다.

재판부는 이 확인서가 진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명한 학생들도 “사실 여부를 떠나 친구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서명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서 씨와 아들도 “사실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때문에 피해자는 의과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도 정상적인 수련의 과정을 밟지 못하고 있으며 국내 의료계에서 의사로 생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암담한 심정을 갖게 됐다”며 “사실 확인서로 강제추행보다 오히려 더 고통스럽고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무죄 입증을 위해서라면 피해자가 어떤 곤경에 처하든 안중에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꾸짖었다.

A 씨는 지난해 12월 성추행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 이례적으로 출석해 “제가 평생 가져갈 고통과 뒷소문으로 인해 너무나도 괴롭다”며 “이제 내가 피해자가 되지 않게 도와 달라”고 호소한 적이 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고대 성추행#명예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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