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광주시 ‘3D컨버팅’사업 중도하차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기술검증않고 美업체에 송금”… 투자사 대표 출국금지 조치
현지 기술테스트 참가 못해… 市의회 특위, 사업중단 요구

부실 투자 및 국제 사기 논란이 일고 있는 광주시의 3D컨버팅(입체영상 변환) 한미 합작 투자 사업이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광주시의회 행정사무조사특위가 기술 테스트에 불참하기로 결정한 데다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해 곧 사업 존폐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 검찰 수사 급물살

3D컨버팅 사업은 광주시 출자법인인 광주문화콘텐츠투자법인(GCIC)과 미국 K2AM사가 한미 합작법인인 갬코(GAMCO)를 설립한 뒤 남구 송하동 CGI센터에 미국 업체의 3D컨버팅 원천기술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미국 업체가 확보한 2차원(2D) 영화를 3차원(3D)으로 바꿔 매년 수조 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감사원은 4월 갬코 등이 K2AM의 기술력에 대한 검증 없이 650만 달러(약 72억 원)를 송금해 손실을 입혔다며 김병술 GCIC 대표(56)를 배임 혐의로 고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시에 통보했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이 사업과 관련해 김 대표에 대해 출국금지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김 대표는 기술전문가 2명과 함께 21일 K2AM의 기술 테스트를 위해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려다 출국 금지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감사원으로부터 자료를 건네받은 검찰은 이번 주부터 김 대표 등 관련자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기술력 검증 없이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경위와 K2AM과의 협상 과정에서 완제품이 납품될 경우 인출할 수 있도록 한 ‘에스크로 계좌’(은행 등 제3자 예탁에 의한 조건부 인출 가능 계좌)를 사용하지 않은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 이달 말 존폐 결정

김 대표가 출국하지 못하면서 27일부터 30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실시하려던 갬코의 미국 K2AM의 기술 테스트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술 테스트에는 김 대표를 비롯해 GCIC가 지정하는 기술자 3명과 K2AM이 지정하는 기술자 3명 등 모두 6명이 참여하기로 돼 있다.

광주시는 김 대표를 대신해 부사장급 본부장을 기술 테스트에 참가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협상 당사자인 김 대표가 기술 테스트를 앞두고 출국금지 조치를 당해 당혹스럽다”며 “3D컨버팅 속도와 품질에 대한 검증을 한 뒤 30일 최종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시의회 사업 중단 요구

광주시의회 행정조사특위는 3D컨버팅과 관련한 광주시의 한미 합작 투자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시의회 특위 소속 의원들은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3D컨버팅 기술의 보편화 추세 등을 감안할 때 미국 측 파트너인 K2AM이 제시한 로스앤젤레스 기술 테스트는 무의미하다”며 “한미 합작 사업의 정책 결정과 추진 과정, 경제적 손실 등에 대해 책임 소재를 면밀히 파악하고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GCIC 측은 “특위가 로스앤젤레스 기술 테스트 참관을 거부하고 K2AM이 기술이 없다고 주장한 것은 특위와 K2AM 측의 기술 테스트 합의사항을 스스로 어긴 것”이라며 “기술이 존재하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기술이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광주#한미합작#3D컨버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