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 외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이른바 비인기 진료과에 대한 의대생들의 기피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전국 108개 수련병원에서 올 후반기 전공의(레지던트)로 566명을 뽑는다고 3일 공고했다. 동아일보가 병협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된 공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정원 대비 모집인원 비율이 이들 4개과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과는 후반기에 97명을 뽑는다. 올해 전국 수련병원에 배정된 외과 레지던트는 201명이었다. 그러나 전반기 모집 때 미달 사태가 속출했다. 이 때문에 전체 정원의 절반에 가까운 48%를 새로 충원해야 한다.
산부인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체 정원 135명 중 이번 후반기에 66명(49%)을 뽑는다. 흉부외과는 전체 정원 52명 가운데 19명(37%)을 뽑는다.
최근 비인기과로 ‘전락’한 비뇨기과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총 정원 89명의 60%에 이르는 53명을 새로 뽑는다.
반면 경쟁이 치열한 피부과는 충원하는 병원이 한 곳도 없었다. 안과와 성형외과 역시 추가 모집이 각각 4명에 불과했다. 진료과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극명하게 갈리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대한전공의협회 관계자는 “기피과의 경우 미래가 불확실한 데다 대형 병원에서 전공의들을 주 100시간 이상 근무시키는 바람에 도중에 그만두는 전공의도 많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회가 2010년 전공의 941명을 대상으로 수련환경에 대해 조사한 결과 ‘주 100시간 이상 근무한다’는 답변은 42.2%(397명)였다. 80∼100시간은 26.2%(247명), 60∼80시간이 23.9%(225명)였다. 연차가 낮고, 외과 흉부외과 전공의일수록 근무시간은 늘어나 1주일에 130시간을 일하는 사례도 있었다.
전공의들은 “전문의 자격을 따려면 수련병원에 들어가야 하는데 병원들의 덩치 키우기 경쟁에 전공의들이 극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잠을 참아가며 100시간 노동을 하는 상황에서는 환자를 제대로 보살필 수 없다”며 근무 여건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전공의협회도 이에 맞춰 “수련병원을 지정하는 병협 내 시행평가위원회 위원들을 다양하게 구성해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병협은 “전공의들이 주장하는 100시간을 다 노동시간으로 볼 수 없다. 수련을 받는 교육시간도 많이 포함돼 있다”고 반박한다. 교육시간까지 노동시간에 포함하는 것은 억지라는 것이다.
논란이 그치지 않자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이달 중순경 꾸리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TF에서 전공의들의 근무시간, 기피 전공과에 대한 해결점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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