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앗아간 외로웠던 어느 청년의 삶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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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외로웠던 삶은 너무도 짧기만 했다. 힘겹고 쓸쓸한 삶이었지만 용기를 잃지 않고 꿋꿋이 버텨온 그도 뙤약볕 아래 스물여덟 해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폭염 속 막노동을 하다가 쓰러져 숨진 어느 20대 청년의 치열하고 외로웠던 삶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일 충북 청주의 한 초등학교 급식소 보수공사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다가 숨진 A(28)씨는 지난해까지 전자회사에 다니며 가난하지만 소박한 삶을 일구고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얼마 전 사정이 여의치 않아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회사를 나온 뒤에도 A씨는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며 삶의 희망을 이어갔다.

20대 청년에게 일용직 근로자의 삶은 고달프고 힘겨움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A씨에게는 새벽 인력시장도 마다치 않고 꿋꿋하게 삶을 꾸려올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었다.

바로 농아인 할머니와 여동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A씨에게 할머니는 어린 시절 집을 나간 어머니를 대신한 애틋한 존재였다.

또 여동생에게는 2008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대신한 보호자이기도 했다. 그래서 외롭고 고달픈 삶이었지만 더욱이 용기를 냈다.

A씨의 그런 삶도 너무도 가혹한 폭염 앞에 어쩔 수 없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치열한 삶 속으로 힘찬 발길을 내디뎠던 그는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뙤약볕 아래 외롭고 쓸쓸한 생을 마쳤다.

그를 알고 있던 주변의 모든 사람도 그의 외롭고 치열했던 삶과 안타까운 죽음에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얼마 전까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마을 이장인 조경찬(66) 씨는 "말해 뭘 해. 너무 불쌍하지. 힘들게 노가다(막노동)해서 할머니 용돈도 주고 얼마나 착했는데…"라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한편, A씨는 1일 오전 청주시 복대동 모 초등학교 급식소 보수공사 현장에서 보도블록 교체작업을 하다가 쓰러졌고, 2시간여 만인 이날 낮 12시경 발견됐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

경찰이 정확한 사인 조사를 위해 2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열사병이 사망의 원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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