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끝날 때까지]자전거 소통 한달… 거칠던 아이들이 마음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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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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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형 대안교육센터… ‘모여라 학교’ 중학생들

‘모여라 학교’, 대한노인회, 자전거 동호회 ‘구리챌린저’ 회원들이 28일 경기 구리시 왕숙천의 자전거 도로에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구리=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모여라 학교’, 대한노인회, 자전거 동호회 ‘구리챌린저’ 회원들이 28일 경기 구리시 왕숙천의 자전거 도로에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구리=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경기 구리시 왕숙천에 중학생 15명이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다. 문신, 피어싱, 주황색 머리카락, 파란색 매니큐어…. 겉모습이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대한노인회, 자전거 동호회 ‘구리챌린저’, 한국외국어대 자전거 동아리 ‘만리행’ 회원들은 학생들을 반갑게 맞이한 뒤 자전거에 올라탔다. 전국이 폭염이던 28일 일행은 경기 남양주시까지 가면서 틈틈이 이야기를 나눴다. 점심도 함께했다.

학생들은 이렇게 매주 토요일 왕숙천에 온다. 경기도교육청이 지정한 위탁형 대안교육센터 ‘모여라 학교’에 4월부터 다니는 학생들이다. 학교폭력 가해자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

이성록 대한노인회 사무총장(55)은 아내인 이성희 모여라 학교 소장(56)에게서 학생들 이야기를 들었다.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전거를 가르쳐 주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학생들에겐 처벌뿐 아니라 치유도 필요한데 운동을 하면 폭력성을 없애고 따뜻한 마음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대한노인회 자원봉사지원센터와 여러 자전거 동호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뜻있는 회원들이 모였다. 대학생 동아리 ‘만리행’도 섭외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마음을 닫은 상태였다. 첫 모임인 7일, 운동화를 신고 오라 했지만 일부는 슬리퍼 차림이었다. 선생님이라고 부르라고 해도 시큰둥한 표정으로 아저씨라고 말했다. 욕도 자주 나왔다.

회원들은 자전거를 타며 대화하는 방법을 익혔다. 여학생이 거친 욕을 하면 “예쁜 입에서 욕만 나오지 않으면 넌 어딜 가든 최고일 거야”라고 말했다. 소년원에 가게 될 것 같다는 학생에게는 “잘 다녀오는 게 중요하다”며 다독여줬다.

아이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회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어렸을 때 가정폭력을 경험한 아이,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충격을 받고 가출했던 아이.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들어주자 학생들은 마음을 조금씩 열었다. 아빠라고 부르고 먼저 다가와 말을 걸기도 했다.

회원들에겐 더 큰 목표가 있다. 다음 달 10∼15일 구리에서 부산까지 600km를 자전거로 종주하기로 했다. 대한노인회가 행사를 주최한다. 숙박은 중간의 경로당 4곳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경로당 노인들에게 선보일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중이다.

이 사무총장은 “나도 학창 시절에 싸움에 연루돼 정학을 당한 적이 있다. 누구나 성장통을 겪으며 자라니 학생들이 잘 자라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구리=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모여라 학교#학교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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