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4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올레 1코스의 숲에서 여성 피살사건 현장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피의자 강모 씨(46·왼쪽에서 두 번째)가 피해자의 휴대전화 배터리를 버린 장소를 가리키고 있다. 범행 장소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이다. 서귀포=연합뉴스
제주 올레 여성 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피의자 강모 씨(46)가 피해여성 강모 씨(40)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했을 가능성에 대해 집중 추궁하고 있다. 피해여성의 시신은 발견 당시 상의와 브래지어가 없는 상태였다. 하의는 온전한 상태였고 벗겼다가 입힌 흔적도 없었다. 피의자 강 씨는 시신을 유기하는 과정에서 상의가 벗겨져 성산읍 시흥리 바닷가에 버렸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고의로 벗겼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강 씨가 말미오름에 갔다가 피해자를 발견하고 뒤쫓아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어 범행 동기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강 씨는 경찰에서 “소변을 보는데 여성이 성추행범으로 오해해 사진을 찍으려는 것을 막으려다 목을 졸랐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죽어 있었다”며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신빙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이날 강 씨를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올레 1코스 구간인 말미오름 주변으로 데려가 현장조사를 한 뒤 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현장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휴대가방이 발견됐지만 지갑은 없었다. 경찰은 피해자 휴대전화의 조각 일부를 찾기도 했다. 경찰은 피의자 강 씨가 범행 후 관련 사진이 있거나 행적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휴대전화를 파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경찰은 강 씨가 1t 트럭을 타고 이동하는 폐쇄회로(CC)TV 화면과 조수석 혈흔, 피해자의 오른손을 자르는 데 사용한 문구용 칼, 피의자의 자백 등을 증거로 확보한 상태다.
강 씨의 경찰 진술에 따르면 그는 피해자의 시신을 유기한 뒤 두 차례나 다시 가는 대담성을 보였다. 그는 12일 오전 8시 30분∼9시 살인을 저지르고 근처 무밭에 시신을 은닉한 뒤 9시 30분경 귀가했다가 이웃에서 1t 트럭 차량을 빌려 오전 10시경 시신을 대나무숲으로 옮겨 유기했다. 그는 이어 13일 저녁 삽을 가지고 다시 가서 시신을 흙으로 덮었다. 훔쳐온 지갑에 있는 신분증을 보고 피해자가 자신과 같은 성 씨라는 것을 알고는 매장해 주기 위해서라고 그는 진술했다.
이어 19일 오후 10시경 경찰의 수색이 진행되자 다시 현장으로 가 피해자의 오른손을 잘라 운동화와 함께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만장굴 입구 시외버스 정류소에 뒀다. 그는 경찰에서 “수사망이 좁혀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손을 잘라 정류소에 뒀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신체 일부를 공개해 가족이 연락처를 남기면 그걸 보고 시신의 위치를 알려주려고 했다”고 말을 바꿨다.
강 씨는 2008년 1월 도박으로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흉기를 소지하고 강도행각을 벌이다 택시운전사에게 붙잡혀 징역 2년을 선고받아 복역하는 등 전과 2범이었다. 성폭력 전과는 없었다. 5월에는 선불금 800만 원을 받고 서귀포에서 갈치어선을 타고 한 달간 일하기도 했다.
평소에는 성산읍 고성리지역 PC방에서 인터넷 포커와 리니지 게임 등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마을의 한 주민은 “밤에는 PC방에 가서 아침에야 들어오는 생활을 했다”며 “말수가 적고 조용한 사람이었는데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16년 전에는 외항선을 타고 모은 돈으로 어머니 위암수술비 1000만 원을 내기도 했다. 강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사실을 알면 어머니가 자살할지 모른다”고 걱정했다고 한다.
한편 피해여성의 남동생(39)은 24일 제주동부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레 안전을 확보하지 않고 홍보에만 주력한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안전불감증에 걸린 제주올레 책임자 제주도지사 제주시장 서귀포시장 경찰청장 등이 모두 공범”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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