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이 살해범은 ‘성폭력 전과’ 40대 이웃집 아저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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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이 살해범은 ‘성폭력 전과’ 40대 이웃집 아저씨
■ 통영 실종 여자초등생 6일 만에 숨진채 발견

천연덕스럽게 거짓말하는 범인 김점덕 한아름 양을 살해한 김점덕이 19일 MBC뉴스 인터뷰에 응해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MBC뉴스 화면 캡처
천연덕스럽게 거짓말하는 범인 김점덕 한아름 양을 살해한 김점덕이 19일 MBC뉴스 인터뷰에 응해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MBC뉴스 화면 캡처
욕정에 눈먼 이웃 성인남자에게 또다시 어린 생명이 희생됐다. 범인은 성폭행 전과가 있었지만 당국의 특별한 감시에서 벗어나 있었다. 경남 통영에서 16일 실종됐던 한아름 양(10)이 실종 6일째, 경찰의 공개수사 3일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범인 김점덕(45)은 한 양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목 졸라 살해한 뒤 야산에 매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 이번에도 이웃집 아저씨가 범인

16일 오전 통영시 산양읍 신전리에 살고 있는 한 양은 2.6km가량 떨어진 산양초등학교로 등교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어머니와 오래전 이혼한 아버지(53)가 일주일에 이틀가량은 외지로 일을 나가 주로 오빠(20)와 둘이 생활했다. 10분 넘게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범인 김점덕의 진술에 따르면 오전 7시 42분경 한 양은 근처 밭에서 일하던 이웃 고물상인 자신에게 “아저씨, 저 학교에 좀 태워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한 양이 사는 마을과 김점덕이 거주하는 마을은 도로를 경계로 100여 m 떨어져 있으며 한 양은 그를 평소 알고 지냈다.

김점덕은 “알았다. 잠깐 우리 집에 들렀다 가자”며 버스 정류장 근처에 세워 놓았던 자신의 1t 트럭에 타라고 했다. 정류장에서 60m 떨어진 집에 들어선 그는 한 양을 성폭행하려 했지만 고함을 지르고 반항하자 오른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한 양이 계속 고함을 지르려 하자 입을 오른손으로 틀어막고 목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김점덕은 시신을 마대 자루에 넣어 자신의 트럭에 싣고 집을 나섰다. 10km쯤 내달리다 통영시 인평동 경상대 해양과학대 부근 한적한 숲 속으로 들어가 땅을 판 뒤 마대 자루를 넣고 흙과 나뭇가지로 덮었다. 22일 오전 11시 반경 범인의 진술에 따라 수색에 나선 경찰이 발견한 시신은 옷이 모두 벗겨진 채로 양팔이 등 뒤로 노끈에 묶여 있었다.

경찰은 16일 오전 8시 반경 김점덕이 차량을 자신의 집에 몰고 가는 장면을 주변 폐쇄회로(CC)TV에서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그가 한 양을 차에 태워 때리거나 노끈으로 묶어 집으로 데려온 뒤 8시 반 이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시신 유기 장소를 물색하다가 이날 오후 1∼5시경 암매장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0∼2010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건 956건 가운데 13.8%는 이웃 주민 등 아는 사람이 저지른 것이었다.

○ 대담한 범행과 행적

김점덕은 경찰 조사에서 “한 양을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3년 전 베트남인 아내와 결혼한 그는 두 살짜리 딸을 두고 있다. 그가 범행을 저지른 때는 아내와 딸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였다.

범행 다음 날인 17일부터 경찰이 수색에 나서자 그는 주변을 서성이며 조사 장면을 구경하기도 했다. 19일에는 한 방송사와 ‘실종 당일 목격자’라며 인터뷰를 하면서 담담한 표정으로 “그날 7시 반쯤 집을 나왔어요. 아름이가 버스 정류장에 있는 것을 보고 저는 밭으로 갔습니다. 그 이상은 모르겠습니다”라고 했다.

경찰은 범행 당일 김점덕이 한 양의 휴대전화 전원을 끈 뒤 버스 정류장에서 20m가량 떨어진 맨홀에 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친부모가 살고 있는 집에서 5m 떨어진 곳이다.

그는 경찰에 붙잡히기 전까지 평소처럼 생활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고물 수거도 했고 낚시도 하러 다녔다. 이웃 주민 김모 씨(55)는 “의심이 갔지만 너무 담담하게 보여 범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여전히 허술한 성범죄자 관리

범인 김점덕은 2005년 개울가에서 이웃 동네 6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돌로 내리쳐 다치게 한 혐의로 4년간 복역한 뒤 2009년 5월 출소했다. 성범죄 1건을 비롯해 전과만 12차례에 이른다. 하지만 그는 2008년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형이 확정돼 전자발찌를 착용하지 않았다. 아동 대상 성범죄 전력도 없어 신상정보도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은 실종 신고를 접수한 16일 밤부터 평소 성범죄 우범자로 관리하던 김점덕을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다. 주민들도 형사들에게 “김 씨가 수상하다”고 했다고 한다. 지난달 말 3개월에 한 번씩 진행되는 우범자 관리 조사를 벌였지만 경찰은 그에 대해 ‘특이 동향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경찰은 탐문수사를 하던 중 김점덕의 차량이 실종 당일 오전 버스 정류장 주변에 서 있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18일 임의동행 형식으로 불러 사건 당일 행적을 조사했다. 그는 “버스 정류장 주변에 간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20일 경찰이 공개수사에 나선 직후 김점덕은 잠적했다. 경찰은 22일 오전 9시 40분경 자신의 집에서 2km가량 떨어진 통영시 산양읍 남평리 주변을 서성거리던 그를 검거했다. 그는 경찰에 붙잡혀 온 뒤 취재진에게 “할 말이 없다. 아름이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통영경찰서는 23일 김점덕에 대해 살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 동아일보는 반인륜 흉악범죄에 대해서는 범인이 확실할 경우 공익과 국민 알 권리 차원에서 실명(實名) 및 얼굴을 공개한다는 편집방침에 따라 한아름 양 살해범인 김점덕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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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통영#실종 사건#한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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