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더위’를 퇴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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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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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9폭염구급대 쪽방촌 순찰

쪽방촌 찾아 ‘건강 순찰’ 영등포 119안전센터 대원이 9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쪽방촌을 찾아 폭염 속 환자 발생에 대비해 순찰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쪽방촌 찾아 ‘건강 순찰’ 영등포 119안전센터 대원이 9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쪽방촌을 찾아 폭염 속 환자 발생에 대비해 순찰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아이고 숨 막힌다. 여긴 완전히 불구덩이야.”

서울 지역 낮 최고기온이 약 영상 32도를 기록한 9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쪽방촌 주민 윤모 씨(70·여)는 집 앞 계단에 앉아 스티로폼 조각을 부채 대신 부치고 있었다. 윤 씨 집을 찾은 영등포119안전센터 김중원 구급대원(27)이 말을 건넸다. “아픈 데 없으세요? 땀이 그렇게 나는데 선풍기 좀 트시지.” 윤 씨가 답답한 듯 ‘스티로폼 부채’를 더 세게 부치며 말했다. “그거 틀면 전기요금이 얼만데….” 김 대원은 윤 씨에게 냉수 한 잔을 건넨 뒤 3.3m²(약 1평) 남짓한 방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다른 집으로 향했다.

○ 폭염과의 전쟁

‘폭염 순찰’은 김 대원의 중요한 여름 임무다. 쪽방촌이나 공사장처럼 폭염으로 인한 환자가 자주 생기는 지역을 틈틈이 돌아본다. 구급차를 몰고 쪽방촌을 빠져나오는데 중년 남성 한 명이 길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바닥에 누워 있는 것이 훨씬 시원하니까 저러고 있는 거예요. 괜히 건드려서 깨우면 욕만 먹어요.”

폭염은 불편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4일 강원 정선에 사는 한 70대 할머니는 집 근처 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병원 측은 할머니가 평소 앓던 고혈압 증세가 폭염으로 급격히 악화돼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6월 한 달 동안 전국적으로 폭염 관련 환자는 57명에 이른다. 지난해 7, 8월 두 달 동안 집계된 폭염 관련 환자는 443명이었다.

폭염은 화재 못지않은 소방당국의 주요 관리 대상이 됐다. 지난달부터 전국 지역 소방본부별로 구급차에 얼음 팩, 정맥주사 세트, 식염수 등 폭염 대비 응급처치 장비와 약품을 갖추고 폭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순찰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 열사병 증세 땐 구급차 불러야

여름철 주의가 필요한 대표적 폭염 증상이 일사병과 열사병이다. 둘 다 맥박이 빨라지고 두통과 어지럼증을 보인다. 하지만 열사병은 체온 조절 기능에 문제가 발생해 땀이 나지 않기 때문에 피부가 뜨겁고 건조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일사병은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면 상태가 곧 호전되지만 열사병일 경우 응급조치가 필요해 즉시 구급차를 불러야 한다.

조비룡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폭염에 취약한 노인과 어린이는 기온이 가장 많이 올라가는 낮 시간대에는 가능한 한 외출을 삼가고 그늘이나 실내에 머물러야 한다”며 “카페인이나 알코올이 함유된 음료는 탈수효과가 있어 자제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신무경 인턴기자 고려대 철학과 4학년  
#폭염#쪽방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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