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달인]경기 고양 젖소개량사업소 엄기성 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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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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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 초우량 씨젖소 처음 키워낸 ‘소의 대부’

엄기성 농협중앙회 젖소개량사업소 반장이 초우량 씨젖소 ‘유진’에게 여물을 주고 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엄기성 농협중앙회 젖소개량사업소 반장이 초우량 씨젖소 ‘유진’에게 여물을 주고 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올 4월 10일 농협중앙회 젖소개량사업소에 해외에서 온 우편물이 한 통 도착했다. 국제 젖소유전평가기구가 보내온 평가 결과서였다. 한국의 씨젖소 ‘유진’이 ‘세계 1%의 초우량 젖소에 포함됐다’는 내용이었다. 국내 씨젖소로는 처음 있는 경사였다. ‘유진’이를 키워낸 주인공은 바로 엄기성 농협중앙회 젖소개량사업소 반장(55)이다.

6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젖소개량사업소. 35년 경력의 엄 씨가 손수레를 밀고 우사로 들어왔다. 손수레에는 사료와 건초를 섞어 만든 특식이 실려 있다. 인기척을 들은 거대한 몸체의 수컷 젖소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난다. 엄 씨가 다가서자 사료 통에 머리를 밀어 넣으며 큰 눈을 깜빡인다. 엄 씨는 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뿌듯하게 쳐다본다.

엄 씨가 일하는 이곳은 보증 씨젖소가 되기 전 단계인 후보 씨젖소를 사육하는 곳이다. 씨젖소의 개량과 정액을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사업소이기도 하다. 사업소에 있는 후보 씨젖소는 모두 53마리. 보증 씨젖소로부터 수정란을 받아 태어난 우량 젖소들이다. 생후 5개월 때 이곳으로 와서 씨젖소가 되기 위해 5년간 특별한 보살핌을 받는다. 이 중 10% 정도만 보증 씨젖소로 선발돼 건너편에 있는 우사로 옮겨간다. 현재 17마리가 보증 씨젖소로 관리를 받고 있다.

엄 씨는 “2000마리 정도가 내 손을 거쳐 갔는데 정이 안 가는 소가 없다”며 “보증 씨젖소로 뽑혀 나갈 때는 마치 자식이 미스코리아에 뽑힌 느낌이지만 탈락한 놈이 도축장으로 끌려갈 때는 형언할 수 없이 마음이 아파. 그날은 소주 한잔하는 날이지”라며 씁쓸해했다.

그는 2010년 11월 구제역 때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가자 축산농가는 애지중지 키우던 소를 도살했다. 사업소 직원들은 퇴근도 못한 채 외부인과의 접촉을 피하며 씨젖소 살리기에 전력했다. 엄 씨는 사업소 내 사택에서 60일 동안 감금 아닌 감금 생활을 하면서 씨젖소를 보살폈다. 결국 한 마리의 손실도 없이 구제역을 막아냈다.

“정말 죽을 맛이었어요. 몸이 피곤한 건 둘째 치고 씨젖소가 구제역에 걸릴까봐 잠 한숨 못 잤어요. 앞으론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메트로 달인#엄기성 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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