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노지현]전공의 파업 부추기는 의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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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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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현 교육복지부
노지현 교육복지부
의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필명 ‘푸도 선생’을 처음 알았다. 지난해 11월, 그는 의사의 입장에서 현행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정부의 의료정책에 불만을 품었던 젊은 의사들이 열광했다. 푸도 선생은 3월에 제37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푸도 선생, 아니 노환규 회장이 2일에도 글을 올렸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복부(복지부)가 전공의를 두려워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그는 “(전공의가) 대형 병원에 근무하므로 대형 병원의 진료 차질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회적 혼란. 이것을 단번에 일으킬 수 있는 사람들은 전공의뿐입니다”라고 했다. 돌려 말했지만 사실상 파업을 독려하는 셈이다.

또 그는 “대형 병원은 약점 가득, 정부 의지만 있으면 수백억∼수천억 원의 벌금 부과가 가능하고, 교수는 병원장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신분, 혹은 무관심. 잘나가는 의사들에겐 세무조사, 형편이 어려운 의사는 투쟁 지속에 어려움이 있다”고도 했다. 이해관계가 다른 선배 의사들은 전면 파업이 어렵지만, 전공의는 젊은 데다 주 100시간의 근무를 담당하므로 파업 명분이 있다는 암시다.

지난달 27일에는 포괄수가제를 겨냥해 이렇게 썼다. “물건 값이 안 맞으면 안 파는 게 지극히 정상 아닌가?” 의료행위를 일반 상품에 빗댄 글에 의사 477명이 ‘좋아요’를 눌러 동의를 표했다.

3일 후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는 “마땅한 권리를 뺏는 자는 강도이고 저항하지 않는 자는 노예다. (의사들이) 정부의 노예로 남지 않겠다는 노예해방을 천명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열린 전공의협의회 결의대회에서는 11월까지 의사노조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현재도 전공의(레지던트)의 노조 역할을 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있지만, 이를 넘어서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노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의협은 “노조가 생기면 병원협회와 정부가 가장 두려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회장의 말과 글에는 파업을 무기로 삼겠다는 생각이 보인다. 환자를 담보로 하니 이보다 더 파괴적인 무기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노 회장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듯하다.

의사 노조가 있는 나라에서도 의료정책에 대항하려고 파업을 무기로 삼지는 않는다는 점을. 선동적 발언으로 의료계의 지지를 얻을 수 있겠지만 국민과 환자는 더 멀어진다는 점을. 푸도 선생이 아니라 10만 의사의 수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노지현 교육복지부 isityou@donga.com
#포괄수가제#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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