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20일새 4차례 “불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30일 03시 00분


북한산이 잦은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산불 중 일부는 방화로 추정돼 정부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월부터 6월까지 북한산에서만 산불이 8번 발생했다”고 29일 밝혔다. 공단에 따르면 28일 낮 12시경 북한산 방학지구(서울 도봉구 방학동)에서 불이 나 30분 동안 산자락 33m²(약 10평)를 태웠다. 3일 전인 25일에는 북한산 오봉 하단(경기 양주시 장흥면)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23일에도 북한산 무수골(도봉구 도봉동)에서 산불이 발생했고 10일에는 북한산 구천계곡(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불이 나 일대가 초토화됐다. 20일 사이 4번이나 산불이 발생한 것.

이에 앞서 5월 6일 북한산 숨은벽 능선(경기 고양시 덕양구)을 비롯해 4월 8일 북한산 용암사 일대(서울 은평구 진관동), 3월 11일 북한산 무수골 등 매달 한 번씩 산불이 발생했다. 전국 20개 국립공원에서 연평균 4.1회의 산불이 발생하는 점으로 미뤄 볼 때 이례적인 일이다. 올해 20개 전체 국립공원에서도 화재는 10번만 발생했다. 산불의 80%가 북한산에서만 발생한 것. 피해 면적은 0.52ha(약 1573평)나 된다.

더 큰 문제는 북한산 산불의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산 산불 8건 중 7건은 야간(오후 10시∼오전 3시)에 발생했다. 산불 발생 장소는 모두 탐방로 주변이었다. 공단은 무더운 날씨에 불법 야간산행이 많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공단 측은 “자연공원법상 야간에는 국립공원 출입이 금지된다”며 “4월부터 이어진 무더운 날씨 탓에 밤에 산을 찾는 탐방객이 늘었다”고 밝혔다.

실제 1∼6월 북한산에서만 총 9625명이 불법 야간산행을 하다 적발됐다. 이들이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가 화재의 원인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산을 찾는 노숙인들도 화재의 주범으로 추정되고 있다. 28일 북한산 산불의 경우 화재 전 노숙인이 산속에서 버너 등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걸 봤다는 목격자가 나왔다.

방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공단 직원들이 매일 순찰을 도는데도 20일 동안 한 곳의 국립공원에서 산불이 4번이나 난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들어 수락산에 방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잇따라 서울 노원구가 신고포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공단 재난안전부 박용선 과장은 “야간 단속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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