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10가구 중 7가구가 ‘나홀로’… 1인 가구 가장 많은 서울 신림동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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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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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외식 고깃집 사라지고 반찬가게 줄이어

2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카페에 혼자 찾아온 손님들이 소형 테이블에 앉아 있다. 신림동은 전체 가구의 75%가량이 1인 가구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카페에 혼자 찾아온 손님들이 소형 테이블에 앉아 있다. 신림동은 전체 가구의 75%가량이 1인 가구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국내 네 집 중 한 집은 나홀로 가구다. 1인 가구(23.9%)가 처음으로 4인 가구(22.5%)를 추월했다. 통계청이 3월 발표한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다.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가구가 일반적이었던 한국의 가구 구조에 혁명이 일어난 셈이다.

나홀로 가구의 증가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14일 전국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을 찾아가 봤다. 주민등록통계(5월 기준)에 따르면 신림동 전체 1만3023가구 가운데 9691가구(74.41%)가 1인 가구다. 서울시 평균 35.88%의 2배가 넘는다.

○ 작게 더 작게…주거 상권 다 바꿔!

나홀로 가구가 신림동에 몰리기 시작한 것은 서울 동쪽, 서쪽으로 한 번에 출근이 가능한 지하철 2호선 때문이다. 최근 3, 4년간 구로나 강남 방향으로 출근하는 20, 30대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여관이 밀집됐던 거리는 원룸촌으로 변했다.

이날 찾은 신림동5길. 150m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건물 15곳 중 10곳이 원룸 건물이었다. 1곳은 원룸으로 재건축 중이었다. 안응호 신림동주민센터 행정팀장은 “모두 3년 이내에 지은 새 건물”이라며 “전세 5000만 원이나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40만 원 정도다. 혼자 벌어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1층에 편의점, 세탁소 등 1인 가구를 위한 편의시설이 들어선 건물도 눈에 띄었다.

이동이 잦은 1인 가구 덕에 부동산 거래도 덩달아 활기를 띠고 있다. 이날 찾은 세 곳의 부동산중개업소 문 앞에 붙어 있는 매물 50개 중 39개가 원룸이었다. 이곳에서 10년 동안 일한 이은호 부장(37)은 “요즘 나오는 매물의 70% 이상이 원룸”이라고 말했다.

신림동7길도 1인 가구에 맞춘 상권이 형성돼 있다. 주택가에 즐비한 학원이나 가족이 외식을 하려고 찾을 법한 고깃집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대신 소량 포장을 한 생필품을 내놓은 마트와 1인용 밑반찬을 파는 반찬가게가 줄지어 서 있다. 세탁소에는 직장인들이 맡겨둔 운동화와 와이셔츠가 가득했다.

신림동 카페에서 2년 전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오현정 씨(25·여)는 “손님이 40대에서 20대로 낮아져 젊은층이 선호하는 메뉴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 카페는 카페 앞 테라스에 1인용 테이블 4개를 마련해 놓았다.

○ 아직은 팍팍한 1인 가구의 삶

원룸 건축과 상권이 발달하다 보니 신림동 일대는 관악구에서 땅값이 비싼 곳 중 하나다. 그러나 막상 이곳에 사는 1인 가구의 삶은 팍팍하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고용·노동 리포트인 ‘1인 가구의 사회경제적 특성과 변화’에 따르면 1인 가구가 집을 소유한 비율은 39.9%로 다인 가구(65.3%)의 절반 수준이다. 월세 비율은 26.7%로 다인 가구(10.3%)의 두 배를 넘는다. 주거가 불안정하다 보니 이사를 자주 다닌다. 소득도 낮다.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9만 원에 불과하다. 일자리의 질이 낮기 때문이다. 임시직·일용직에 종사하는 비율이 절반 가까이 된다.

이에 따라 관악구는 ‘2030세대 실태 진단 및 정책 연구’를 발주했다. 이번 연구를 맡은 홍종호 한국산업관계연구원 연구원은 “지금까지 주택·세제·복지 정책에서 1인 가구가 소외돼 왔다”며 “서울대나 관악산 같은 구내 인프라를 1인 가구를 위해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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