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이 위험하다]노숙인 몰아낸 ‘동네 단합’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0일 03시 00분


매일 모여 술판 벌여 소란-행패
상인은 술 안팔고 주민은 ‘신고’… 그 많던 불청객들 모두 사라져

주민들의 노력 덕분에 기피 공간에서 쉼터로 변한 서울 중랑구 면목동 오거리공원에
는 잘 정비된 놀이기구가 들어섰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주민들의 노력 덕분에 기피 공간에서 쉼터로 변한 서울 중랑구 면목동 오거리공원에 는 잘 정비된 놀이기구가 들어섰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동네 공원이 기피 공간에서 쾌적한 쉼터로 변신한 사례는 적지 않다. 대부분 주민의 단합된 노력이 결정적 요인이었던 경우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간데메공원은 인근 노숙인의 집결지였다. 두 블록 떨어진 곳에 무료급식소가 있어 공원 내 정자는 식사 전후 술을 마시며 소란을 부리는 노숙인 10여 명이 늘 차지하고 있었다. 그 바람에 주민들은 공원에 가기를 꺼렸고 주변 상인들도 공포에 떨었다. 공원 앞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신모 씨(70)는 “노숙인들이 물건을 털어갈까 봐 가게 문도 못 닫고 밤새워 가게를 지킨 날이 많았다”고 했다.

오거리공원에 설치된 방범용 폐쇄회로(CC)TV.
오거리공원에 설치된 방범용 폐쇄회로(CC)TV.
참다못한 주민과 상인들은 2년 전 힘을 합쳐 반격에 나섰다. 노숙인들이 불편해서 찾지 않는 공원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우선 공원 주변 가게들은 노숙인에게 술을 팔지 않았다. 찜질방도 노숙인은 받지 않았다. 주민들도 노숙인의 술값 구걸에 응하지 않고 공원에서 행패를 부리면 즉각 경찰에 신고했다. 특히 노숙인 사이에서 ‘왕초’ 역할을 하며 자주 난동을 부리던 이모 씨(46)가 경찰에 구속된 뒤부턴 노숙인의 기세도 크게 위축됐다. 답십리3치안센터 관계자는 “구심점이 없어지자 노숙인 조직이 한순간에 와해됐다”고 설명했다. 15일 오후 10시경 취재진이 간데메공원을 찾았을 땐 20, 30대 여성 4명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 오거리어린이공원은 주민 참여 행사를 공원 내에서 자주 여는 방법으로 불청객의 출입을 차단했다. 지역 부녀회가 구청과 적십자사의 협조를 받아 공원 안 노인정에서 마을장터 등의 행사를 자주 연 것. 공원 앞에서 6년째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여모 씨(45)는 “공원 안에 일정 수의 주민들이 상주하다 보니 노숙인이나 비행청소년들이 공원을 ‘주인이 있는 곳’으로 인식해 눈치가 보여 오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야간 출입을 제한해 효과를 본 사례도 있다. 야간 소음 신고가 많았던 중랑구 망우동 등나무공원은 오후 10시 이후 출입을 제한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공원#오거리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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