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헬기사고 탑승자 14명 전원 시신수습… 한국인 1명 신원 확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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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 경제애국자 8人’ 정부 훈-포장 추진
국토부 “해외시장 개척 민간기업인으로는 첫 사례”
현지 경찰 “조종사가 구름 속 암벽 못보고 충돌한 듯”… 李대통령 “깊은 애도”

‘살아있어 주기를 그렇게 염원했건만….’

페루 산악지역에서 6일(현지 시간) 암벽과 충돌해 연락이 끊긴 뒤 실종됐던 헬리콥터 탑승자 14명이 모두 숨진 채 10일 발견됐다. 기적적으로 생존자가 있을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기대는 끝내 무너진 것이다. 정부는 산화(散華)한 한국인 8명에게 훈·포장 등 포상을 추서할 방침이다. 해외건설시장 개척과 제3세계 빈곤탈출 지원을 위해 남미 고산지대 험지를 마다하지 않고 몸을 던진 고인들의 정신과 용기를 기리기 위해서다.

페루 당국은 10일 사고 헬기 잔해가 발견된 지역에 산악구조 전문 인력 20명과 경찰 군인 등 총 50명을 투입해 수색을 벌여 한국인 8명을 비롯한 탑승자 전원의 시신을 찾았다고 밝혔다. 헬기 잔해는 전날인 9일 정오경 남부 산악지역인 콜리네에서 동쪽으로 4km가량 떨어진 해발 4950m 마마로사 산 정상 부근에서 공중을 수색하던 구조 헬기에 발견됐다. 사고 헬기에는 삼성물산 직원 등 한국인 8명과 조종사를 포함한 페루인 3명, 네덜란드인, 스웨덴인, 체코인 각각 1명이 타고 있었다.

현지 경찰은 페루 남부 푸노 지역의 모요코 수력발전소 건설현장을 시찰하고 쿠스코로 복귀하던 헬리콥터가 마마로사 산의 눈 덮인 암벽과 부딪쳐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한다. 미겔 로하스 쿠스코 주 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연합뉴스에 “사고 헬기 조종사가 고도를 높이다 구름 속에 가린 암벽을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암벽 상단에 남아있는 검은 자국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헬기가 암벽과 부딪친 뒤 기체가 폭발하면서 시신들이 불에 타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이 불에 타 심하게 훼손된 상태”라며 “적어도 5, 6명은 유족들과의 유전자(DNA) 대조 검사나 치아 확인 등을 통해 신원을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페루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한국인 1명을 포함한 시신 4구의 신원이 확인됐다.

당초 사고 현장 인근 도시인 오콩가테에 임시 안치될 것으로 알려졌던 피해자 시신은 11일 현재 한국대사관과 기업체들의 종합상황실이 있는 쿠스코 시내 안치소로 옮겨진 상태다. 피해자 시신은 11, 12일 이틀간 쿠스코에 도착하는 유족 등을 통해 신원 확인이 끝나는 대로 의사 소견과 함께 검찰에서 사망 확인을 받게 되며 이후 한국으로 운구될 예정이다.

한편 국토해양부 고위 관계자는 11일 “희생자에 대해 훈·포장을 추서하기 위해 국가보훈처, 행정안전부 등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시장개척, 봉사활동 등 해외에서 활동하다가 순직한 민간인에게 훈·포장 등이 추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형 해외 프로젝트는 민관이 합동으로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국익을 위해 활동하다가 순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페루 헬기 추락 사고 희생자 명단

▽삼성물산 △김효준 부장(48) △유동배 차장(46) △우상대 과장(39) △에릭 쿠퍼르 과장(네덜란드·34)

▽한국수자원공사 △김병달 해외사업처 팀장(50)

▽한국종합기술 △전효정 상무(48) △이형석 부장(43)

▽서영엔지니어링 △임해욱 전무(56)△최영환 전무(49)

쿠스코=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페루#헬기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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